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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9도' 美 역대급 한파에 바다거북도 기절했다

"기절한 바다거북은 0.5인치 물에 잠겨도 익사"

텍사스주 서식 바다거북 5종은 모두 멸종위기

추위로 얼어붙어 활동을 멈춘 바다거북./미국 연방 어류·야생동물관리국 트위터 캡처




기록적인 한파로 얼어붙은 미국 텍사스주에서 강추위 때문에 기절한 바다거북들이 사람들 손에 의해 구조됐다.

17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텍사스주 해변에서는 북극 한파가 불어닥친 지난 14일부터 추위에 기절한 바다거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냉혈동물인 바다거북은 온도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바다거북은 기온이 영상 10도 밑으로만 떨어져도 활동력을 잃고 '콜드 스턴'(cold stun) 상태에 빠진다.

추위에 기절한 바다거북은 헤엄을 못 치거나 먹이를 못 먹게 될 뿐 아니라, 심지어 고개조차 들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0.5인치 깊이 물에만 잠겨도 익사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텍사스주 사우스파드리섬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바다거북'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기절한 바다거북들을 구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들은 해변에서 기절한 채로 발견된 바다거북들을 차량에 싣고 사우스파드리섬 컨벤션센터와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장 등으로 옮겼다.

구조된 바다거북들은 사우스파드리섬 컨벤션센터를 빼곡히 채웠다. 이들 중에는 나이가 150살이 넘는 개체도 있었다.

웬디 나이트 '바다거북' 사무총장은 "최근 몇십 년 내에 가장 많은 바다거북이 기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정도면 개체 수에 영향을 줄 정도"라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 어류·야생동물관리국(FWS)에 따르면 텍사스주에는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장수거북 등 멸종위기에 처한 5종의 바다거북이 서식하고 있다.



푸른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은 '위협'(threatened), 나머지 3종은 '위기'(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이번 한파로 바다거북 외에 동물원이나 영장류 보호구역에서는 군함새, 침팬지, 원숭이, 여우원숭이 등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텍사스주를 포함한 미국 중남부에는 며칠째 북극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전날 텍사스주 댈러스는 1930년 이후 최저인 영하 18.8도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기록적인 한파의 영향으로 숨진 사람이 텍사스 등 8개 주(州)에서 최소 31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겨울 폭풍으로 수백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자 추위에 떨던 주민들이 자동차나 프로판 가스, 벽난로 등을 이용해 난방하려다 일산화탄소 중독, 화재 사고로 이어지며 사망자가 늘었다.

16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선 온기를 만들기 위해 차고 안에 시동을 건 차량을 장시간 방치했다가 2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했다. 휴스턴 지역의 할머니와 아이 3명은 벽난로를 켜다 화재로 이어지면서 숨졌다.

노숙자가 길거리에서 동사하거나 빙판길 낙상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속출했다. 또 도로가 얼어붙으면서 차량 추돌 사고와 각종 교통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했고, 현재까지 1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혹독한 추위에 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도 계속됐다. 최악의 '블랙아웃' 사태를 겪은 텍사스주에선 270만 가구의 전력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텍사스주는 16일 한때 정전 규모가 430만 가구에 달했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 버지니아, 오하이오, 오리건주에서도 최대 10만 가구에 이르는 정전 상황이 이어졌다. 미국 기상청(NWS)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큰 인명·재산 피해를 낸 겨울 폭풍은 물러갔지만, 새로운 겨울 폭풍이 이틀 동안 중남부와 북동부를 휩쓸 것으로 예보했다.

새로운 폭풍 경보가 내려진 지역의 주민은 1억명에 이른다. 기상청은 이번 폭풍이 텍사스 동부와 아칸소,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테네시 일대에 눈을 뿌린 뒤 18일에는 북동부 지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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