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11·3 대선에서 자신이 “크게 이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며 백악관을 떠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공화당 내 주도권 다툼이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부쩍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오후 폭스뉴스 전화 인터뷰에 약 24분간 응했다. 2016년 대선부터 자신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극우 논객 러시 림보의 사망을 추모하는 폭스뉴스 프로그램에 전화로 출연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백악관을 떠난 이후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질문은 림보의 삶에 주로 맞춰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림보를 ‘전설’로 칭하면서 림보가 2016년 대선에서 자신의 승리를 점쳤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정치와 인생에 놀라운 본능을 지녔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조작 주장도 거듭했다. 그는 “림보는 우리가 대선에서 이겼다고 생각했다. 여담이지만 나도 그렇다. 우리가 크게 이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일어난 일은 수치스러운 것이고 대선일 밤에 우리는 제3세계 같았다”면서 “이 나라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사람들이 몹시 화가 났다”고도 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를 겨냥한 비난도 했다. 그는 “이런 일이 민주당에서 일어났으면 사방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공화당 시스템의 어떤 단계에서 (그와 같은) 동일한 지지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폭스뉴스 출연은 림보 추모를 넘어 폭스뉴스를 보는 보수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건재를 확인시키는 한편 보수의 대표 논객으로 꼽혀온 림보가 자신을 강력하게 지지해온 사실을 상기시키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비록 각종 현안 관련 질문에 두루 답하는 ‘작심 인터뷰’ 형식은 아니었지만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보수 매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환기한 셈이다. 매코널로 대표되는 공화당 지도부와의 전선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상원의 탄핵심판 무죄판결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그는 13일 무죄판결 직후 탄핵심판을 ‘미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으로 비난하는 성명을 즉각 낸 데 이어 16일에는 매코널 공화당 대표를 맹공하는 성명도 냈다.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친(親)트럼프’ 후보를 밀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이후’의 진로를 두고 좌충우돌하는 공화당에서 매코널 대표에 대항해 확실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로 해석됐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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