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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내 이력서 첫 줄은 ‘12승’…푹 쉬었으니 일하러 가야죠”[도전 2021]

LPGA 메이저 정상·MVP, 코로나 속 최고의 한 해

“어려울수록 앞으로, ‘레전드’ 영상 보며 영감 얻어”

유튜브 선생님은 존슨·매킬로이 “시선·타깃·템포 눈여겨봐”





“아마 첫 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2승을 쓸 것 같아요.”

여느 20대처럼 이력서를 쓴다면 첫 줄에 어떤 이력을 넣겠냐는 물음에 김세영(28·미래에셋)은 “승수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며 이렇게 답했다. 72홀 31언더파 기록, 최대 상금(150만 달러) 대회 우승, 메이저 대회 제패, 올해의 선수상 등의 업적은 그 다음 줄부터 하나하나 채워넣고 싶다고 한다.

‘빨간 바지 마법사’로 잘 알려진 김세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한 지난해 가장 빛난 스포츠 스타 중 한 명이었다. LPGA 투어 데뷔 후 메이저 대회 첫 우승과 함께 시즌 2승으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지난 2015년 데뷔 첫해부터 매년 1승 이상을 쌓는 꾸준함으로 한국인 최다 승 2위인 박인비(20승)를 맹추격했으며 통산 상금 1,000만 달러도 돌파했다.

세계 랭킹 1위 등극(현재 2위)과 시즌 3승 이상을 목표로 오는 25일 게인브리지 LPGA 대회부터 새 시즌을 시작하는 김세영을 출국 전 인터뷰했다. 그는 “코로나 영향으로 비시즌 동안 한국에 머물게 되면서 10년 만에 생일을 가족들과 다 같이 보냈다”면서 “노 젓기 운동을 하는 로잉 머신 등으로 체력을 기르고 어떻게 하면 잘 치고 있을 때 더 잘 칠 수 있을지 연구도 하면서 올 시즌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어수선했던 지난 시즌을 흔들림 없이 헤쳐나간 비결로 김세영은 ‘생각의 차이’를 들었다. “어려울수록 피하기보다 그래도 계속 앞으로 나가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결해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죠.” 김세영은 “오랜만에 국내 투어 대회도 나가면서 새로운 선수들한테서 자극을 많이 받은 것이 미국에서도 좋은 영향으로 작용했다”고 돌아봤다.

김세영은 동기 부여의 기술이 남다른 선수다. 2019년 ‘골프 성인’ 보비 존스의 자료에 빠져들어 영감을 받은 뒤 여자 골프 사상 최대 우승 상금인 150만 달러를 차지했고 지난해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전성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를 보고 용기를 얻어 시즌 2승째를 달성했다. 김세영은 “그런 ‘레전드’들은 확실히 생각부터 일반적이지 않더라”며 “요즘은 로레나 오초아·안니카 소렌스탐과 박세리·박인비 언니의 영상을 그들이 세운 기록들과 함께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영감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 과정을 통해 불가능의 영역을 의심하고 스스로 한계를 걸어 놓았던 것들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성장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유명 선수들의 스윙 영상을 찾아보듯 김세영도 유튜브 스윙 영상에 빠져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스타인 더스틴 존슨과 로리 매킬로이의 스윙만 파고든다. “백스윙 톱 자세의 손목 모양이 저와 비슷해서 더 챙겨봐요. 시선 처리부터 타깃 설정, 스윙 템포도 눈여겨보는데 자세히 보면 어떤 의식을 갖고 치는지도 보여서 큰 공부가 돼요.” 김세영은 “아마추어 분들도 믿음 가는 선수 한 명을 콕 찍어 그 선수의 스윙 리듬만 계속 보고 따라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어도 아쉬움은 늘 남는다. 김세영은 “지난해 메이저 여자 PGA 챔피언십은 그 이상 잘 칠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운 코스를 잘 공략했다고 보지만 우승을 놓친 마지막 대회와 욕심을 내봤던 US 여자오픈에 후회가 남아 오프 시즌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올해 US 여자오픈은 더 욕심이 커졌다. 명예의 전당으로 가는 든든한 발판을 만드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김세영은 대회 개막 전에 코스 답사도 계획하고 있다. “선수는 코스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재충전을 충분히 했으니 이제 할 일을 하러 가야죠.”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사진=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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