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오는 4월부터 증산에 돌입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사우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의 유가 회복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1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정부 자문관들을 인용해 사우디가 다음 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10개 산유국 연합) 회의에서 증산 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며 약속한 대로 3월까지는 현재의 감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최근 적극적으로 감산 의지를 내비친 사우디가 유가 회복세를 고려해 증산 쪽으로 기운 것이다. 이를 두고 런던 삭소은행의 올 핸슨 상품전략책임자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으로 “시장에서 공급 부족 상황이 나타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사우디의 증산 결정은 아주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우디의 이번 결정이 다른 나라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WSJ는 “사우디가 생산량을 가장 많이 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증산 계획이 다른 대형 생산국의 증산을 즉시 촉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5일 사우디는 OPEC+ 회의에서 약속한 감산 규모에 더해 2월과 3월에 하루 100만 배럴씩 추가 감산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유가 회복이 계속되면 회원국들이 감산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증산 소식에도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8% 오른 61.14달러에 마감했다. 4월물 브렌트유 역시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전날보다 배럴당 1.56% 상승한 64.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인 지난 1월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이다. 미국 전역을 덮친 최강 한파로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중국과 인도의 원유 수요 증가세에 힘입은 결과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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