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포털 쇼핑몰의 개인 거래 내역을 금융결제원을 통해 관리·수집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로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표면상 논리는 정부가 결제 기록을 관리해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카카오페이의 결제 규모가 지난해 100조 원에 달할 만큼 커진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이 문을 닫거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당국의 입장이 마냥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 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우려를 감수하면서 법을 만들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당국은 이름과 계좌번호·금액 등을 관리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구매 목록까지 수집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개인들로서는 이 정도로도 경제적 행위의 ‘알몸’을 보여주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 “금융위가 빅브러더가 되려 하느냐"는 한국은행의 비판에 수긍이 가는 이유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가공의 독재자 빅브러더처럼 정부가 개인의 경제적 활동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법안을 순수하게 볼 수 없는 또 다른 까닭은 금융 당국과 한은이 보여온 밥그릇 싸움이다. 양측은 금융 관련 기관 수장에 낙하산을 투하하기 위해 시시때때로 자리 다툼을 벌여왔다. 금융결제원장의 경우 과거 한은 몫이었는데 2019년 금융위 출신으로 바뀌었다. 국민의 권익은 아랑곳 않고 자리를 놓고 싸운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격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조기 긴축에 대비해야 할 뿐 아니라 암호화폐 열풍에 대응한 금융사와 당국의 전략 마련도 시급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마저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당국이 신산업의 태동을 끌어주지는 못하고 시어머니 노릇을 할 궁리만 하니 금융 경쟁력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비아냥을 듣는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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