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이 8년 후 시민권자가 될 수 있는 방안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뜻에 따라 민주당에 의해 추진된다. 35년 만의 대규모 이민 개혁 방안이다. 그러나 국경 장벽까지 쌓아가며 불법 이민에 강력 대응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와 정반대의 정책이어서 공화당의 완강한 반대가 예상된다.
1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내 불법체류자 1,100만 명에게 8년 뒤 시민권 획득의 길을 열어주는 ‘바이든표 이민법안’이 공개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이민개혁법안은 2021년 1월 1일 기준 미국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8년 뒤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골자다. 신원 조사 등을 통과하고 세금을 내는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5년 뒤 영주권을 받고 3년 뒤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특히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DACA·다카)’ 조치의 대상인 일명 ‘드리머(Dreamers)’의 경우는 즉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고 그로부터 3년 뒤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드리머들은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 미국에 와 불법체류하는 이들로 대부분 중남미 출신이다. 이와 함께 가족·취업 이민 비자의 국가별 상한을 올리는 것도 법안에 포함됐다.
이번 이민개혁법안은 민주당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메넨데스 의원과 린다 산체스 하원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메넨데스 의원은 “이민개혁법안을 통과시킬 경제적·윤리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쿠바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한 메넨데스 의원은 과거부터 이민개혁법안 추진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미국에서 불법체류자에게 시민권 취득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86년 300만 명의 미등록 이민자를 합법화한 이래 시민권 획득과 관련한 대규모 법안이 통과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번 바이든표 이민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35년 만의 대규모 이민 개혁이 이뤄지게 된다. 신행정부 임기 초반에 민주당이 파격적인 이민법안을 내놓은 것은 자신의 임기 내에 이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강경 일변도인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면서 이민 개혁을 자신의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공화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공화당은 불법 이민에 강력 대응해 미국인의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침에 대체로 찬성해왔다.
백악관은 법안의 대상을 축소하는 등 의회 통과를 위해 공화당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백악관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에 36년 있었다. 법안은 발의될 때와 마지막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그는 법안 내용 모두가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의회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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