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쿠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장래성이 돋보이는 물류 회사로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며 지난 수년 간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쿠팡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로는 국내의 과다한 규제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의 상장 절차가 한국보다 더 까다롭지만 일단 상장하면 한국 금융 당국의 규제를 덜 받고 글로벌 시장에서 자유로이 기업 활동을 펼 수 있고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이유서에서 밝혔듯 국내의 노동 법규 등이 너무 엄격해 경영의 위험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국을 피해 미국에 상장한다는 것이다.
쿠팡의 사례는 두 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규제의 폐해를 지적한 경제학의 ‘도착 이론(perversity hypothesis)’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어느 한 집단을 도와주기 위해 직접적인 보호 정책을 쓰면 그 정책은 반작용을 자극해 오히려 그 집단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사례는 수없이 많다. 저임금 노동자를 도와주기 위해 급속히 최저임금을 인상한 결과 고용이 줄고 폐업을 초래해 저임금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결과를 가져온다거나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를 단기간에 개선하려 강사법을 개정한 결과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강사 수를 줄여 취업난이 더 악화된 경우 등이 대표적이 예다.
둘째는 1990년대 이후 독일의 사례이다. 독일은 1990년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임금과 높은 복지 비용, 그리고 주 35시간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짧은 노동시간으로 노동자의 천국을 이뤘다. 하지만 기업들은 높은 노동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신규 고용을 꺼려 12%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을 가져왔고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산업 공동화 현상을 초래했다. 당시 독일은 경제 위기에 시달려 경제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하는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독일의 고용과 경제가 부흥한 계기는 2002년의 하르츠 개혁이었다. 하르츠 개혁은 노동 유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시간제 일자리인 ‘미니잡’을 허용하고, 파견 노동 규제를 철폐했고, 노동자 해고 보호 조치도 완화했다. 그 결과 독일 기업은 자국의 투자와 고용을 늘려 실업률은 5%대로 하락했고 60%대에 머물던 고용률은 75%에 달했다. 경제성장률도 4%에 육박하는 등 유럽연합(EU) 평균 수준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하르츠 개혁은 저소득 일자리를 늘리는 ‘인기 없는 성공’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실업률·고용률·성장률을 개선하고 독일 경제의 부흥을 이룬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은 최근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통합감독법)’을 시행해 경영의 자율권을 대폭 축소했다. 또 노동자 보호를 위해 노동과 산업 안전에 관한 규제를 크게 강화했다. 한 설문에 의하면 기업들의 70%는 기업 규제 3법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노동 규제를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 1순위로 지적했다. 기업과 노동은 부가가치의 배분 측면에서는 대립적이지만 소득 제공과 일자리 창출의 측면에서는 협조적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되지는 않는다. 자본과 노동은 시장이라는 같은 생태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착 이론과 독일의 사례가 보여주듯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동 관련 법안의 강화가 오히려 실업과 산업 공동화를 불러와 코로나 시대에 신음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지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여론독자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