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파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며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졌던 미국 텍사스주에서 정유 회사와 석유 회사가 수톤의 대기오염 물질을 방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 시간) 텍사스 환경품질위원회(TCEQ)에 제출된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5대 정유 회사가 벤젠과 일산화탄소·황화수소·아황산가스 등 오염 물질을 약 33만 7,000파운드 배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발레로에너지는 TCEQ에 지난 15일 텍사스주 포트아서에서 24시간 동안 87만 8,000톤의 오염 물질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정유 업체 모티바는 포트아서에서 15일부터 나흘간 11만 8,100파운드를 배출했는데 이는 2019년 미국 환경보호국에 신고한 초과 배출량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마라톤페트롤리엄의 갈베스턴만 정유 공장은 15일 5시간 동안 1만 4,255파운드를 내보냈다. 이는 2019년 허용된 전체 배출 용량의 10%에 달한다. 이밖에도 엑슨모빌의 베이타운 올레핀스 공장은 벤젠 약 1톤과 일산화탄소 6만 8,000톤을 배출했다. 통신은 TCEQ 자료에 따르면 11~18일 텍사스 내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이 허용치 이상의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 174건을 고지했다면서 이는 전주보다 4배나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정유 회사와 석유 회사의 오염 물질 배출량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한파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자 시설 손상을 막기 위해 발생한 가스를 태우는 방식으로 배출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이로 인해 수 마일에 걸쳐 연기가 보였다고 전했다. 텍사스 환경보호단체는 TCEQ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파 기간 휴스턴 지역 시설의 총 오염량은 약 70만 3,000파운드로 집계됐다며 이는 2019년 전체 허용치의 3%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파 기간 동안 전력을 공급받은 이들에게 수천만 원 상당의 전기 요금이 청구되는 문제가 벌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댈러스 지역에 거주하는 스콧 윌러비에게는 1만 6,752달러(약 1,860만 원)의 전기 요금이 청구됐다. 텍사스주 네바다에 사는 카트리나 태너에게도 전기 요금이 6,200달러나 청구됐는데 이는 지난 한해 동안 지불한 전기 요금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NYT는 월러비 외에 변동요금제가 적용되는 도매 전력 업체 고객들에게 이처럼 급등한 요금이 청구됐다고 설명했다.
텍사스에서는 소비자가 220여 개 업체 중 전기 공급 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소비자는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 전력 공급 업자들은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도록 장려해 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한파 당시 전력 시스템이 불안정해지자 당국은 전기 요금을 올렸고 이로 인해 하루 전기 요금으로 100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편 이번 텍사스 정전 사태, 한파와 관련해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텍사스를 방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적절한 시기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협조할 것"이라며 "이르면 이번 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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