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전국 월세 비율은 지난달 41%로 1년 전(38.3%)보다 올라갔고, 특히 서울에서는 26.8%에서 39.5%까지 치솟았다. 서울의 전월세 거래 10가구 중 4가구가 월세살이인 셈이다. 임대료도 급격히 올라 수백만 원씩 월세를 내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서울 강남에서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000만 원 매물까지 등장했다.
월세 폭등은 정부가 ‘투기 수요 억제’를 명분으로 우격다짐식 정책을 펼치면서 예고됐던 결과다. 양도세를 낮추지 않으니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동시다발적으로 올리니 집주인들은 세금 때문에라도 ‘반(半)전세’로 돌리는 것이다. 반(反)시장 정책이 ‘조세의 전가(轉嫁)’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7월 말 임대차법을 바꿔 전세 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자 집주인들은 빚을 내서라도 전세를 월세로 바꾸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월세 증가는 선진국 같은 주거 형태의 변화”라고 강변하지만 시장 변화에 맞춘 자발적 선택과 왜곡된 정책에 따른 ‘고달픈 강제 월세살이’는 차원이 다르다.
시장이 비틀린 동안 공급 대책은 좀처럼 진척이 없다. 정부는 ‘2·4 대책’으로 전국 83만 가구의 물량 공급을 약속했지만 지난해 ‘8· 4 대책’에서 밝힌 공급 방안의 결과물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다. 분양가 통제로 3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이달보다 38% 줄고 수도권은 66%나 급감한다. 집값은 상승률 소폭 둔화 흐름의 와중에 곳곳에서 신고가를 쓰고 있다. 서울 외곽에서도 대출 금지선인 15억 원을 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봄철 집값 폭등 대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급 방안을 새로 짜야 한다. 수치만 화려한 대책이 아니라 민간이 재건축·재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을 꺼내고 단기 매물이 나오도록 양도세 완화 등을 검토해야 한다. 이념에 매몰된 정책 때문에 서민이 고통 받는 상황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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