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민주 인사를 아예 배제하는 방식으로 홍콩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의 중국화’가 사실상 완료되는 셈이다.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다음 달 초 열리는 중국 양회에서 홍콩 선거제도를 뜯어고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1,200석 중 지방의회 격인 구의원 몫(117석)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현재 구의원의 절대다수가 범민주 진영인데 행정장관 선거에서 이들의 영향력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선거의 다른 축인 입법회(국회)는 민주파가 전원 사퇴해 친중파만 남아 있다. 즉 사실상 선거 없이 중국 정부가 행정장관을 임명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홍콩 행정장관과 입법회·구의회 등 선거에 출마하는 인사들의 자격을 심사할 위원회가 별도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입후보자를 초기부터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홍콩 책임자인 샤바오룽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도 전날 홍콩·마카오연구협회의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중국에 반대하거나 홍콩을 분열시키려는 자는 누구라도 핵심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 이후 취임한 그가 공개석상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가 홍콩 선거제도를 바꾸려는 것은 홍콩인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표성을 없애 이런 불만이 분출될 기회를 없애려는 의도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양회에서 이미 홍콩 보안법을 도입해 공안 통치를 시작한 상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게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중국에서 ‘애국’은 중국 공산당, 특히 시진핑 개인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는 의미다.
WSJ는 “지난 1997년 홍콩 반환 때 약속받았던 50년간의 자치가 완전히 사라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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