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장애인들이 기본권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에 도움을 주는 휠체어 리프트, 엘리베이터 설치 등의 요구가 대표적이다. 서울시 전체 유권자 중 4~5%가량인 장애인들의 요구 사항이 반영될지 주목된다.
2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에 따르면 장애인의 80% 이상이 도보나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동권은 여전히 열악하다. 휠체어 리프트 고장으로 역사를 빠져나오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리고 승강장과 열차 간 넓은 간격으로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장애인 콜택시도 평일 대기시간이 1~2시간이나 걸린다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전장연 산하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에 이어 이달에도 지하철 4호선 열차를 타고 내리는 방식의 시위를 진행했지만 장애인 이동권을 높이자는 목소리는 ‘시민들의 불편함’에 묻혔다. 문애린 서울장차연 대표는 “일반 시민들은 한두 시간 지연되면 난리가 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일상”이라며 “장애인들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다치거나 사망 걱정을 하면서 이동한다”고 말했다.
2015년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 및 실천 계획을 발표했던 서울시도 약속 이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공사비 확보를 전제로 1~8호선의 엘리베이터 1동선 미확보 역사는 오는 2022년까지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장애인차별연대에 따르면 공사에 필요한 200억 원이 올해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저상버스 500여 대 도입을 위해 필요한 예산 220억 원가량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저상버스는 출입구에 계단이 없고 경사판(슬로프)이 장착돼 있는 버스다.
장애인 단체들은 서울시장 선거에 맞춰 장애인 이동권 등 권리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전장연은 ‘가짜 정당’인 탈시설장애인당을 만들고 11개의 요구안과 함께 11명의 ‘가짜 후보'를 냈다. 서울시 장애인 유권자도 4~5%가량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19년 총선 당시 서울시 유권자는 846만 5,419명. 같은 해 서울시 등록 장애인은 39만 4,843명, 만 20세 이상 장애인은 38만 1,076명이다. 1~3급에 해당하는 심한 장애 등급의 장애인도 약 15만 명에 달한다.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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