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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금리' 재확인한 파월…향후 '재정적자 축소' 피력도

상원 청문회서 "고용 갈 길 멀다"

인플레 전조·국채금리 상승 불구

기저효과 이유로 완화 기조 시사

ING "연내 채권 매입 줄일 수도"

디지털달러 필요성 강조하면서도

달러 위상·보안 감안 신중론 제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나온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그는 “경기 회복은 고르지 않고 완전한 것과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경기 상황 진단부터 인플레이션·국채금리에 대한 생각까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물론 내용은 같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올 들어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로 연초 연 0.91%에 불과했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1.39%까지 치솟으면서 연준의 입장이 변화할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현상 유지를 택했다. 우선 최근의 빠른 회복세에도 아직 고용 시장의 갈 길은 멀고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연준은 고용지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 개선 속도가 둔화했다. 노동시장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수백만 명의 미국인은 여전히 실업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는 물가가 2%를 넘더라도 노동시장이 완전 고용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부양책 성공의 잣대로 코로나19 이전 실업률 복귀를 꼽았는데 이를 고려하면 한동안 급격한 정책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국채금리 상승도 마찬가지다. 이날 연준이 일정 수준의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좋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만큼 국채금리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지 않는 한 연준은 현재의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 기대를 반영한 지금의 금리 상승세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제한적”이라며 “물가 상승이 나타나더라도 기저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고용이 회복될 때까지 정책 지원을 이어가야 하는데 그 전에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예상보다 더 급격히 오르면 부채가 많은 기업과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경기 회복에도 걸림돌이다. 이 경우 연준이 손을 써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긴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파월 의장은 “환자 수 감소와 백신 접종은 올해 말 (경제가) 좀 더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뚜렷한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놓은 것이다. 시장의 바람과 달리 연준이 추가 완화책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파월 의장은 향후 어느 시점에 연방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CNBC는 “나아진 경제 전망이 앞에 있다”고 해석했고 ING는 “연준이 연말 전에 채권 매입을 줄여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옐런 장관에 이어 파월 의장도 이날 디지털달러에 대한 분명한 생각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전날 옐런 장관이 언급한 디지털달러에 대한 질문에 “디지털달러 프로젝트에 높은 우선순위(high priority)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파월 의장은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달러는 기축통화로 먼저 할 필요가 없다”며 “디지털달러에 대한 중대한 기술적·정책적 질문이 있다”고 전했다. 이는 디지털달러 해킹 방지와 사이버 안보 구축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의미이자 디지털 전환이 달러의 위상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마켓인사이더는 “파월 의장이 디지털달러 발행을 신중하게 들여다보겠다고 했다”며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디지털달러 발행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옐런 장관에 이어 파월 의장까지 디지털달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암호화페는 줄줄이 약세를 나타냈다. 한때 5만 8,000달러대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4만 8,000달러 선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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