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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칼보다 강력한 독재의 기술 '개인숭배'

■책꽂이-독재자가 되는 법

프랑크 디쾨터 지음, 열린책들 펴냄





히틀러, 스탈린, 김일성… 이들을 묶는 공통의 단어로 많은 이들이 ‘독재자’를 떠올릴 것이다. 피비린내 나는 권력 쟁탈 이후 이들은 하나같이 장기 집권에 나섰다. 총만 앞세운 공포 정치였다면 일개 반란 세력으로 얼마 못 가 진압되거나 정치사의 ‘해프닝’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을 이들이다. 독재자들이 오랜 기간 국민에 군림하며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개인숭배라는, 총보다 강한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신간 ‘독재자가 되는 법’은 20세기 대표적인 독재자 8인의 흥망성쇠를 이 개인숭배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어떤 독재자도 공포와 폭력 만으로는 통치를 이어갈 수 없다. 일시적으로 권좌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독재의 기술, 즉 개인숭배다. 국민으로 하여금 숭배를 이끌어 낸 독재자들은 효과적으로 정적(政敵)의 힘을 약화시키고 장기 집권의 길을 닦을 수 있었다.

저자는 개인숭배의 대표 성공 공식으로 언론 장악을 꼽는다. 독재자는 권력을 얻은 뒤 언론을 자신의 힘 아래 뒀다. 로마 진군 직후 무솔리니는 최우선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신문사들의 인쇄기부터 파괴했다. 호의적인 언론에는 자금을 대주고, 검열과 보도 통제를 강화해서 반정부적인 언론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예술가와 지식인의 조력(?)도 빠지지 않는다. 이들은 영웅 신화를 창조해 독재자의 집권에 정당성을 불어넣는다. 예컨대 북한의 시인 조기천은 1947년 ‘백두산’이라는 장편 서사시를 발표했는데, 김일성의 운명을 바꾼 보천보 전적지가 백두산 혁명가의 땅이라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낸다. 시인은 이곳을 ‘전사들이 자신들의 땅을 해방할 날을 기다리며 잠을 자고 있다’거나 ‘혁명 지도자들이 단번에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뛰어다닌다’는 등 환상적인 이야기가 넘쳐나는 신비로운 장소로 묘사했다.



이 같은 개인숭배는 역설적으로 독재자가 원래 나약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애초부터 대중의 지지가 있었다면 굳이 폭력을 동원해 권력을 취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쥐어짠 숭배’에 골몰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독재에는 끝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독재자들은 추종자가 만들어 낸 환상을 굳게 믿으면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는 경향이 있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는 자신을 천재라고 생각했고, 군사 전문가를 무시하고 직접 작전을 주도하다 패전을 불렀다. 마오쩌둥, 김일성 같은 공산권 지도자들도 농촌 집산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수많은 민중을 기아와 빈곤에 빠뜨렸다.

개인숭배를 통한 독재는 오늘날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저자는 최근 10여 년 간 전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격이 낮아지고 자유의 수준이 후퇴했음을 경고하며 “자유를 얻으려면 끊임없는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만 2,0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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