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사진) 신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4일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허브 공항을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며 “고객의 선택이 있어야 허브 공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남권 지역 허브 공항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으면 건설을 추진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민간의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사장은 항공·철도·교통물류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2차관 출신의 전문가다.
지난 2일 취임한 김 사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에서 첫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인천공항은 이미 허브 공항으로서의 모습을 갖춘 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더라도 인천공항에서 이전되는 국제선 수요는 최대 7% 정도로 제한적일 것”이라며 인천공항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사장은 정부가 인천공항의 국제 노선을 가덕도신공항으로 강제 배분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제는 항공 자유화가 추세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다른 국제공항으로 노선을 분산하거나 이동할 수 없다고 본다”며 “인천국제공항 노선을 폐지하고 다른 공항으로 노선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과 항공사의 선택과 수요가 있어야 허브 공항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항공 수요가 ‘역L자’형으로 급속히 회복될 수 있다며 대비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여행과 비즈니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며 “백신 접종으로 면역 체계가 회복되는 시점에 급속히 항공 수요가 회복될 수 있어 이를 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촉발된 ‘인국공 사태’에 대해서는 “(노조 등과) 아직까지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대화를 통해 간극을 좁힌 후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직접 고용 과정에서 해고된 소방대원 등 47명에 대한 구제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개항 20주년을 맞는 인천공항은 향후 20주년 발전 비전도 곧 선포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앞으로 10년간 공항의 판세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회복에 대비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비전을 선포하고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