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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에서 임영웅까지…한국 트로트의 역사

■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장유정 지음, 따비 펴냄





지난 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트로트 인기는 해를 넘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트로트 열풍은 인기 가수 송가인이나 임영웅의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한국인의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다. 그게 도대체 무엇일까. 음악사학자 장유정이 트로트 역사를 집대성한 신간 ‘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을 통해 인기 분석을 시도했다.

먼저 책은 트로트 뿌리 찾기부터 시작한다. 1964년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크게 히트하자 가요계 안팎에서 ‘왜색'이라는 비판이 일어났다. 트로트는 일본 전통음악 엔카와 같은 갈래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비판에 앞장 섰다. 하지만 책은 “엔카는 일본의 전통 음악이 아니며, 트로트의 뿌리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1920~30년대 일본 사회가 재즈를 비롯해 서양의 여러 음악 장르를 받아들여 일본식으로 만든 노래가 오늘날 엔카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 서양과 일본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대중음악, 즉 트로트가 탄생했을 뿐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책은 시대별로 인기를 끌었던 트로트의 특징도 잡아냈다. 일제강점기에는 ‘황성의 적’ ‘목포의 눈물’이 식민지 민중의 분노와 설움을 달래줬다. 6·25전쟁 후에는 ‘가거라 삼팔선’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 정거장’ ‘단장의 미아리고개’ 등이 전쟁과 실향의 아픔을 어루만져 줬다.

1960년대 들어서는 향토적 정서와 도시 지향적 정서가 공존했다. 서울로 향한 임을 그리는 여성의 그리움은 이미자가 대변했고, 도시에서 성공을 꿈꾸는 남성의 마음은 배호가 노래했다. 1970~80년대에는 트로트도 포크와 록의 영향을 받았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송대관의 ‘해 뜰 날’이 대표적이다. 여성 가수 중에서는 심수봉과 김수희가 각각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남행열차’로 큰 인기를 누렸다. 1980~90년대에는 ‘트로트 메들리’의 여왕 주현미, 김연자와 현철,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등 트로트 4인방이 인기 주자로 나섰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지난 해 10월 28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박양우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표창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트로트는 1990년대부터 성인이 즐기는 ‘유흥’의 노래로 영역이 좁아졌다. 그 영역을 다시 넓힌 가수가 장윤정이다. 장윤정의 ‘어머나’는 10대 아이돌도 쉽게 부르는 트로트였다. 장윤정의 뒤를 이어 ‘미스트롯’의 송가인, ‘미스터트롯’의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이 트로트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저자는 “대한민국 모든 세대가 멀고 가까움이 있을 뿐 트로트의 자장(磁場) 안에서 삶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또 트로트의 노랫말 안에 “우리를 달래주는 웃음과 눈물이 함께 한다”고 강조한다. 1만7,000원.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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