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는 국채금리 상승세가 다시 시작되면서 나스닥이 3.52% 폭락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발언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죠.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도 전해드렸지만 그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 인플레는 오르고 경기회복세도 갈수록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채금리 상승세도 지속할 것이라는 얘기죠. 단, 파월 의장의 약발이 생각보다 빨리 떨어진 셈입니다. 시장의 분위기를 전해드립니다.
파월 발언 끝나면 국채금리 상승…한때 1.6% 돌파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1.6%를 돌파해 1.614%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해 2월14일 이후 최고치인데요. 물론 그 이후로 다시 떨어져서 1.5%대로 내려왔습니다.
전날 파월 의장의 발언 뒤 1.38% 선으로 떨어졌던 국채수익률입니다. 이날 오후 늦게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해 1.4%를 넘어섰지만 25일에는 무겁게 올랐습니다. 전날에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는데 파월 의장이 입을 열면 국채 수익률이 다소 진정됐다가 들어가면 재상승하는 꼴입니다. 어제는 상대적으로 좀 더 강한 약을 넣었지만 약효가 금세 끝났습니다.
파월의 발언에도 국채금리가 계속 오르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우선 △대규모 재정·통화완화정책 지속 △강한 성장 회복세 △인플레이션 두려움 △실질적인 긴축·금리인상 우려 등인데요.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추가적인 국채시장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 긴축이 찾아 올 것이라는 생각이 퍼져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우려가 계속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이틀 간의 파월 의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어쨌든 국채 수익률이 올라도 당분간 연준은 개입하지 않고 놔두겠다는 입장인데요. 앞서 언급했듯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면 수익률이 더 오르고 증시가 더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말로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의 일시적이냐에 대한 논란도 여전합니다. 실제 10년과 30년물 뿐만 아니라 5년, 7년 등 전반적인 채권금리가 상승세입니다.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보여주는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의 수익률 격차는 5년물의 경우 약 2.4%로 2011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데요. 이는 인플레이션이 돌아오고 있다는 말입니다.
새 도전 맞게 된 연준…'긴축발작' 빨리 오나
현장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신호는 계속 흘러나옵니다. 이날 나온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 역시 73만 명으로 시장 예상치(84만5,000명)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내구재 주문도 늘었습니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4.1%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계속 불안합니다. 버트 에드워즈 소시에테 제네랄의 전략가는 “국채 수익률이 계속해서 오르고 성장주에서 가치주와 순환주로 자금이 이동하면 연준은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 경우 (이 상황을 그냥 놔둘) 연준에 의해서 어떤 버블이 곧 터질 수 있다는 위험은 커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생각해 볼 부분은 인플레이션 기대와 실제 인플레이션은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 상황은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현실에서 물가가 실제 급등한다는 것과는 다른 얘기라고 보는데요.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는 “채권 수익률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을 보여주지만 이것이 반드시 현실로 이뤄진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물가 상승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물가 상승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을 반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실제 인플레이션이냐 인플레이션 기대냐를 확인하기 전에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공포는 전염성이 빠릅니다. 이날 나스닥이 3.52% 하락한 것처럼 물가상승과 이 때문에 연준의 긴축이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더 퍼지면 증시는 더 하락할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 모야 OANDA 선임 시장 분석가는 “미국 증시는 계속해서 국채 수익률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나스닥은 하락세를 이어갈 수 있고 일부 투자자들은 리츠와 소비자 기업, 금융 등으로 갈아타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한스 미켈슨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크레디트 전략가는 “연준이 더 이상 비둘기파적인 소리를 못 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기술주, 큰 틀에서 걱정 않는다 vs 상황 변했다 신호탄
현재로서는 당분간 연준이 추가적인 구두개입이나 장기채 매입 같은 조치를 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입니다. 고용 시장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전반적으로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점은 연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1조9,000억 달러짜리 추가 경기부양책이 대기하고 있는데요.
물론 시장이 패닉에 빠진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하지만 꾸준한 상승세는 방관할 확률이 큰데 그러고 보면 전날의 물가목표 달성에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한 발언이 다소 허무하게 공중으로 사라진 꼴이 됐습니다.
연준 입장에서는 이르면 내년이라는 완전고용 목표와 물가목표치(평균 2%) 달성 때까지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서서히 달아오르는 것이 최상입니다. 그때까지 크고 작은 요철은 넘기면서 시간을 버는 게 중요한데 국채금리가 너무 빨리 오르면 계획이 틀어질 수 있습니다.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국채금리 상승이 증시에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많습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과거 물가상승 시기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수익률 비교를 전해드린 바 있는데, 단순 분석이지만 ‘물가상승=증시하락’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블랙록 자산운용의 릭 리더는 “지난 25년 간의 실질 금리를 보면 평균 1.5%”라며 “우리는 -1%에서 시작했다. (물가인상으로) 0%가 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편안한 환경을 갖고 있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반도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에서 놀랍고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는 전화를 방금 개인적으로 받았다”며 기술주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도 “상품가격 상승은 쉽게 흡수될 수 있으며 이는 재개장 비용을 반영하는 일시적인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며 “국채수익률 상승은 경제성장과 경기부양, 인프라에서 나온다. 그 모든 것이 주식에 좋다. 나는 이번 상승세가 크게 무섭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론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증권 전문가인 마이클 파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수준의 채권금리 인상이라도 이것은 명백한 신호”라며 “가치와 상관없이 투자를 했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는 채권이라는 명백한 대안이 있으며 실제로 경기회복이 이뤄진다면 투자대상은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어쨌든 당분간은 시장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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