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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수면무호흡증, 대동맥 건강 헤친다

나빠져도 증상 없어 급사 위험

혈압 조절 잘하고 정기검진 중요

파열·박리 예방 위해 미리 수술도


고령·고혈압 등으로 퇴행성 변화가 오거나 유전질환(마르팡증후군 등)으로 대동맥 벽이 선천적으로 약하면 특정 부위의 대동맥이 늘어날 수 있다. 대동맥 확장증 또는 대동맥류(지름이 1.5배 이상으로 늘어남)라고 하는데 파열·박리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심장에서 대동맥이 시작되는 길이 2~3㎝ 부위(대동맥 근부)가 늘어나면 더 위험하다. 심장근육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이 시작되는 부위여서 파열·박리(혈관벽이 찢어짐)가 발생하면 급사 위험이 높고 인접 대동맥 판막 주위 조직도 함께 늘어나 판막 역류증으로 인한 심장 기능부전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대동맥박리는 박리가 시작된 지 14일 이내의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며 50~60대 남성에서 발병률이 높다.





대동맥은 심장으로부터 온몸의 장기로 혈액을 보내주는 고속도로다. 우리 몸에서 가장 굵은 혈관으로 성인의 경우 직경 3㎝ 안팎. 혈관이 넓어져도 증상이 없어 수년간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심장에서 시작해 머리(상행 대동맥)-가슴(하행 흉부 대동맥)-배(복부 대동맥)를 지나 양 다리의 동맥으로 나뉜다.

조상호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 근부를 포함한 상행 대동맥은 증상이 없어도 직경이 5.5㎝ 이상으로 늘어나면 합병증 예방을 위한 수술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동맥 합병증 가족력이 있거나 대동맥 판막 역류증이 악화한 경우, 지난 1년간 확장 속도가 빠른 경우는 5㎝ 미만이어도 예방적 수술을 할 수 있다.

파열된 대동맥을 제거하고 인공 혈관으로 바꿔주는 수술(인공혈관치환술)을 하기도 한다.

90세가 넘었지만 스스로 식사·집안일을 하던 여성 K씨는 새벽녘 목을 부여잡고 갑자기 쓰러졌다.

검사 결과 대동맥 파열로 확인돼 가슴을 열어 파열된 상행 대동맥 부위를 제거하고 인공혈관으로 대체하는 수술(대동맥치환술)을 받고 큰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했다.



K씨를 수술한 부천 세종병원 흉부외과 김동진 과장(대동맥클리닉)은 “환자가 고령이면서 흉막 내 혈액이 다량 고여있는 점, 부분적으로 심장을 누르는 소견을 보여 방치할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돼 보호자에게 수술을 권유했다”며 “급성 대동맥질환은 적절한 치료가 없을 경우 사망할 수 있으므로 고령 환자들도 수술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혈압 또는 대동맥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혈압 조절을 잘 하고 정기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면무호흡증도 대동맥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중등증 이상의 수면무호흡증(수면 1시간당 15회 이상 무호흡·저호흡)이 있으면 심장에서 뿜어져 나와 심장근육·뇌 등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갈라지기 전인 대동맥의 석회화(동맥경화증의 지표) 위험이 수면무호흡증이 없는 사람의 1.6배나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고 심장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심장외막(심낭) 안쪽에 낀 내장지방이 상위 3분의1에 드는 사람의 대동맥 석회화 위험은 수면무호흡증이 없고 심장외막 지방이 하위 3분의1에 속하는 그룹의 2.1배나 된다.

흉부대동맥은 폐에서 산소를 보충한 혈액이 심장의 좌심실에서 뿜어져 나오는 첫 길목.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은 상행 흉부대동맥에서, 뇌와 양쪽 팔로 혈액을 공급하는 경동맥 등은 활 모양의 대동맥궁에서, 척수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들은 하행 흉부대동맥에서 갈라진다. 따라서 흉부대동맥에 질환이 발생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철(수면장애센터 및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면 중 반복적인 상기도 폐쇄는 혈압을 상승시키거나 염증 등 신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동맥경화증·심혈관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동맥경화가 가속화하는 등 심장·혈관에 큰 부담을 주고 각종 장기에 저산소증을 초래해 뇌경색·심혈관질환·치매·돌연사 위험이 높아지는데 심각한 질환으로 생각하지 않고 방치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가능한한 빨리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고 기도 양압기(CPAP) 등 적극적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웅재 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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