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신이 떴다2’에 출연하기 전까지 10년 동안 지역에서만 활동했는데, ‘작은 물에서만 놀던 개구리’같다는 생각에 멀리 도약할 수 있을지 근심걱정이 많았어요. 노래 연습부터 모든 걸 혼자 준비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오랜 기간 활동한 경험이 그냥 흘러가기만 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재작년 TV조선 ‘미스트롯’의 성공 이래 주요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내놓은 트로트 소재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지난해 방영했던 SBS ‘트롯신이 떴다2’에 출연했던 트로트 가수 한봄(본명 김지윤)도 참가자 중 한 명으로, 그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의 최종순위는 3위였지만 주목도는 우승자 못지 않았다. 특히 소속사 없이 어머니와 단 둘이서 활동하면서도 서울과 경남 진주를 오가며 다른 참가자와 경쟁한 게 화제가 됐다. 한봄은 “처음에 예선에서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엄마하고 ‘붙은 게 맞나’ 하고 서로 되물었다”며 “여긴 가수들만 오디션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인데 내가 붙었을 리 없다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 때부터 그는 매주 서울과 진주를 왕복하며 경연에 참가하는 생활을 석 달 동안 반복했다. 연습실이 따로 없어서 집 거실에 마련한 큰 거울 앞에서 블루투스 마이크를 켜고 혼자 연습한 후 서울에서 밴드와 함께 합을 맞췄다. 한봄은 “제대로 갖춰진 시설에서 연습했다면 더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것 같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부터 높은 점수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용임의 ‘내장산’을 불렀던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체 경연 중 이 무대가 가장 만족스러웠다는 그는 “처음에 무대에 나가서 노래하는 게 겁이 나서 목소리도 크게 지르지 못할 것 같았지만, 1라운드는 통과해야 엄마가 10년간 고생한 걸 보상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저란 사람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봄은 매번 혼신의 힘을 다해 애절함을 갖고 부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긴장은 심했지만 무대에서 쌓아온 내공 덕분에 티가 나지는 않았던 거 같다”고 웃었다.
방송을 탔으니 유명세를 실감할 만도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문제다. 그는 “문화예술인들이 다들 힘든 시기가 아니겠나”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으면 행사나 공연 섭외도 많이 들어왔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스케줄이 대부분 비대면이라 실감이 덜 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탓에 활동이 많지는 않은 탓에 매니저나 소속사도 더 필요가 생기면 고를 예정이라고.
한봄은 지역 가요제에서 입상한 걸 시작으로 10년 넘게 지역에서 트로트 한 우물만 파 왔다. 그에게 트로트가 갖는 의미가 뭔지 궁금했다. 그는 “부르면 맘이 편안해지고 자연스럽게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마음이 유해지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어릴 땐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트롯을 많이 불렀어요. 20대 시절을 트로트와 함께 보낸 셈인데, 따지고 보면 삶의 곁에 같이 있었던 존재였어요.”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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