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GTX나 지하철역이 생기면 우리 동네 집값이 오릅니다. 전세가격이 올라도 집값이 오른다고들 합니다. 이렇게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한데요.
서울경제 부동산 매체 ‘부랜드’에서는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인 윤주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교수와 함께 앞으로 7회에 걸쳐 ‘집값이 결정되는 요인’들을 분석해 볼 예정입니다. 도시계획 분야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학자로 부동산 분야에 남다른 식견을 가지고 있는 윤 교수의 이론을 통해 ‘오르기만 하는 집값’의 비밀을 함께 풀어가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지난 2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4 공급대책) 후속조치인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으로 약 10만가구의 입지를 우선 확정·발표했습니다. 경기도 광명과 시흥 지역에 1기 신도시인 경기도 고양 일산급의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물량 폭탄’급 공급안이 골자였죠.
정부가 이 같은 주택 공급안을 내놓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물량 공세’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특히 윤 교수는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정부의 주택공급방안에 우려를 표하면서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그 방법이 무엇인지 윤 교수와 김흥록 건설부동산부 기자가 만나 나눈 대화를 통해 자세히 들어볼까요?
김: 높은 강남의 집값을 잡기 위해서 교수님께서 주장하시는 방법은 ‘제2, 제3의 강남을 만들어라’ 잖아요. 그게 가능한 얘기인가요?
윤: 충분히 가능하죠. 서울 집값이 2020년도에 '50% 올랐다', '100% 올랐다' 이렇게 여러 가지 얘기들이 있잖아요. 많이 오른 가장 큰 이유가 서울의 재개발 재건축 규제예요.
지금 강남의 재건축된 집을 가보면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하고는 비교가 안 돼요. 집만 그런 게 아니고 동네도 달라요. 주차하는 곳도 다르고. 그러면 누구라도 강남 생활권에 살고 싶잖아요. 그런 곳을 만들어 놓고 강남 집값이 비싸다고 얘기하면 안 되죠.
윤: 제가 볼 때는 1990년대부터 강북의 많은 지역들을 재개발·재건축 했어야 했습니다. 그 일환이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 정책이었고요. 그런데 뉴타운 정책이 투기 붐을 일으키니까 그 다음 정부에서는 그걸 하지 않았죠.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이 되면서부터는 재개발·재건축을 아예 묶었어요. 강북은 이미 10년 전부터 재개발·재건축을 할 정도로 낙후되고 노후화했는데 그게 시간이 점점 가면서 더 심해졌죠. 강북을 재개발하지 않는 한 어떻게 강남과의 가격 차를 줄일 수가 있겠습니까. 강북의 가격을 높여야 서울시 전체의 가격차가 좁혀지죠.
김: 제가 볼 때는 1990년대부터 강북의 많은 지역들을 재개발·재건축 했어야 했습니다. 그 일환이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 정책이었고요. 그런데 뉴타운 정책이 투기 붐을 일으키니까 그 다음 정부에서는 그걸 하지 않았죠.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이 되면서부터는 재개발·재건축을 아예 묶었어요. 강북은 이미 10년 전부터 재개발·재건축을 할 정도로 낙후되고 노후화했는데 그게 시간이 점점 가면서 더 심해졌죠. 강북을 재개발하지 않는 한 어떻게 강남과의 가격 차를 줄일 수가 있겠습니까. 강북의 가격을 높여야 서울시 전체의 가격차가 좁혀지죠.
윤: 그게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데요. 현재 정부에서 하는 정책은 그냥 물량 공세예요. ‘500만 호 지었다, 200만 호 지었다, 50만 호 지었다, 10만 호 지었다’ 계속 가구 수로만 나오거든요.
우리가 얘기하는 강남권의 전체적인 상황을 들여다보자고요. 거기는 지금 어떻게 돼 있냐 하면 사회문화적으로 계층화돼있어요. 그래서 심지어는 초등학교 때 만난 애들이 결혼까지 가는 그런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죠. 그냥 물리적인 재건축·재개발만 할 게 아니라 옛날처럼 뉴타운으로 좀 크게 묶어서 강남의 사회문화적 모습을 거기에다가도 심어야 한다는 거죠.
지금 3기 신도시 하고 있지 않습니까. 3기 신도시도 그냥 물량공세예요. 그렇게 해서 강남권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집값을 올리는 수많은 요인들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다른 게 아니라 제2 제3의 강남을 만들었을 때 강남 사람들이 ‘강남은 이제 촌스럽네. 신도시는 강남같은 문화가 형성이 되어 있으면서 새롭네’ 이렇게 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지금은 주택 정책이 집값 싼 데 가서 바깥으로 분산시켜가는 주택정책이잖아요. 그러니까 분산된 사람이 자기가 가고 싶어서 간 데가 아니거든요.
윤: 좋은 곳에 살고 싶은 것이 욕심이라고 얘기해야 합니까. 그게 탐욕이라고 얘기를 해야 합니까.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김: 물리적인 개발 위에 사회문화적인 어떤 요인을 얹어줘야 한다는 거네요. 그게 혹시 뭔가요?
윤: 그건 굉장히 복잡하죠. 단순하게 어떤 조건들을 나열하자면 교통도 있을 수 있고, 학군도 있을 수 있고, 소비 수준, 또 이웃들의 교육 수준이 높기를 바라고. 이런 것들이 다 포함이 되는 거죠.
김: 그러면 지금 아무 데나 만들 수는 없을 것 같고. 의도적으로 그런 식으로 개발을 하자라고 공공과 민간 힘을 합쳐서 뛰어들 경우에 후보지는 어떤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됩니까?
윤: 첫째로 강남처럼 기반 시설이 다 갖춰져야 해요. 그걸 만들려면 시간이 걸리거든요.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는 데가 제가 볼 때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염당흑(염창/당산/흑석)’ 그러한 곳들이 다 해당이 될 거예요.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게 어디냐 하면 노도강이에요. 거기는 지금 상당히 비교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지역들이거든요. 기반시설은 잘 갖춰져 있는데 집값이 아직 저평가돼 있다고 저는 봅니다.
김: 혹시 1기 신도시는 어떻습니까. 1기 신도시 리모델링이나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포스트 강남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윤: 1기 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가 뭐냐 하면 베드타운이 되어버렸다는 거예요. 처음에 만들 때는 그러지 않았거든요. 거기다 산업도 넣겠다. 자족시설을 넣겠다 했는데, 결과적으로 베드타운이 되어 있고 너무 낙후되어 있어요.
김: 그런데 지금 신도시를 만들고 도시계획을 세울 때 평면적으로는 업무용지 이런 것들이 다 구분이 되지 않습니까. 도시의 기능 개선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거기에 업무 용지를 넣는다고 해서 기업이 실제로 입주하는 거랑 현실은 다르지 않습니까.
윤: 제가 볼 때는 지금 시점이 뭐냐 하면 스마트도시 시대가 열리고 있잖아요. 그래서 1기 신도시에 기능 개선 계획을 세워야 돼요.
지자체별로 용적률 건폐율 또 자기들이 만들고 싶은 도시의 모습 이런 것들에 대해서 권한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 용적률이 똑같고 건폐율이 똑같으면 공급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 권한을 지자체에다가 주든지 아니면 정부가 전체적으로 용적률을 올리든지 밀도를 올리든지 이렇게 해서 공급을 해야 한다고 봐요.
지자체 장들의 권한이 법률적으로 한정이 돼 있어요. 저는 이제 이렇게 돼야 한다고 봐요. 지자체장 역량으로 도시에 대한 슬로건을 ‘우리가 만드는 3기 신도시는 직주근접이 가장 좋은 도시’, 혹은 ‘우리 도시는 일자리가 없는 청년이 없는 도시’, ‘우리 도시는 무주택자가 한 명도 없는 도시’ 이런식으로 해야 한다는 거예요.
김: 그러면 이 3기 신도시가 동남권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 시점에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있습니까?
윤: 3기 신도시 저는 우려가 많이 돼요. 지금 제가 얘기한 것과 같이 3기 신도시가 논의했어야 했는데, 3기 신도시 자문위원이었던 저조차 그런 부분에 대한 논의를 할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지난해 연말까지 지구 지정을 해야 하니까. 그래야 3기 신도시에서 공급할 물량이 정해지잖아요. 이미 3기 신도시에 대한 계획을 짧은 기간 동안에 다 세웠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 안에 3기 신도시에 스마트도시나 슈퍼 컴팩트시티, 에코시티와 같은 개념은 넣을 수가 없었죠. 용적률에 대한 논의도, 자주 기능에 대한 논의도 할 수 없었죠. 제가 이런 말씀드리면 되게 섭섭해할 분도 계실 텐데 3기 신도시가 일본의 신도시처럼 유령도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만든 도시하고 다를 게 없어요. 지금까지 만든 도시보다 용적률 건폐율이 낮기 때문에 ‘쾌적하다’라는 것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쾌적성이 집값을 안정시켜준다는 증거가 별로 없습니다.
/정현정 기자 jnghnjig@sedaily.com,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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