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팔려고 하는데 양도세 계산법이 어려워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자기 업무가 아니라고 하고, 세무사들은 양도세 상담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요. 주택 양도시 내는 양도세가 예측 가능하도록 ‘부동산감독원’ 내에 양도세를 정확히 해석하고 예상 세액을 산출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글)
올해부터 양도세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부동산 세금 계산에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스무번 이상의 부동산 대책이 나오며 관련 세제가 갈수록 복잡해졌는데, 특히 양도세의 경우 주택 수, 취득 시점, 거주 기간, 지역, 매각 시점 등에 따라 고려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많아 양도세 상담을 포기하는 ‘양포(양도세 포기) 세무사'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잇따른 대책으로 난수표가 된 양도세법에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특히 국가가 납부해야 하는 세액을 알려주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달리 양도세는 납세자가 자진 신고해야 하는 세목이다. 혹여나 내야 하는 세금보다 적은 금액을 신고할 경우 신고불성실 가산세와 납부불성실 가산세 등을 내야 한다. 양도세 확정신고 대상자가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무신고가산세 20%, 과소 신고를 한 경우 과소신고가산세 10%가 부과된다. 부정한 방법으로 양도세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거나 과소 신고한 경우 40%의 가산세를 내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부동산감독원에 양도세 계산부서를 만들어달라’는 청원글까지 등장했다. 해당 글을 올린 청원인은 “국세청에 서면질의와 인터넷 상담을 하고 세무서 2곳 방문해 상담, 126 국세상담센터와 개인세무사 대면상담도 해봤지만 모두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며 “부동산 관리를 위해 부동산감독원을 만들었으니 그 조직 내에 양도세를 계산해줄 수 있는 부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올해부터 변경된 양도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납세자들의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1월부터는 양도세 최고세율이 기존 42%에서 45%로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세표준 5억원 초과시 최고세율이 42%로 적용됐지만, 1월부터 10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돼 45%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것이다. 법인 소유 양도차익에 대한 추가세율도 기존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올랐다. 6월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이 대폭 강화된다. 한 세무사는 “양도세법이 복잡해지다보니 일단 내야 하는 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신고해놓고 추후 정정청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올해부터 양도세율이 또 바뀌는 만큼 잘못 신고했다가 다시 정정해서 신고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차방정식이 된 양도세법에 납세자들의 혼란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다 정확한 예상 양도세액을 산출해 납세자에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대한납세자연합회장)는 “세법이 복잡해져 가산세를 내야할 수도 있다는 납세자들의 불안감이 있는 만큼 세금 산출을 간소화해야 한다”며 “현재 국세청 홈페이지에 제공되는 예상 세액 계산 프로그램에 납세자가 충분한 자료를 입력해 세금을 산출해 신고하면 정부가 불성실가산세를 매기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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