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연합훈련이 다음달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훈련 규모와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을 놓고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군 안팎의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한미연합훈련을 다음달 8~18일 시행하기로하고 세부 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은 병력 기동이 없는 상태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같은 비상적인 상황에서 예년과 같은 규모의 훈련은 어렵다”며 “실기동 훈련은 없고 도상 연습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기동 훈련(FTX)을 하지 않는 것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과 한반도 정세를 감안한 판단으로 보인다. 우리 군의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해서도 FTX는 필요하지만 이번 훈련은 결국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인 연합 지휘소훈련(CPX)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미 군당국 일각에서는 FTX가 장기가 실시되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미는 지난 2019년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만 훈련을 진행하면서 제대로 된 병력 기동을 훈련하지 못했다.
앞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한미동맹의 제1의 목적은 전쟁 억제고, 그 요체는 연합훈련, 특히 반격훈련이다”면서 “북한 눈치보기에 급급한 문재인 정부는 키리졸브(KR), 독수리훈련(FE),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3대 줄줄이 폐지했다. 반격훈련은 아예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 한미연합군이 실병기동 훈련과 반격훈련을 하지 않으니, 북한은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오판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합훈련의 대폭적인 폐지 및 축소는 북한의 전쟁도발 모험을 부추기는 평화파괴 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미연합훈련이 결국 축소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의 대응도 주목된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8차 당 대회에서 “(남측이) 미국과의 합동군사 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면서 북남 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며 사실상 훈련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연합훈련이 향후 북미, 남북 관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외교가 안팎에서 나온다. 북한이 연합 훈련을 빌미 삼아 무력 도발을 강행할 경우 북미 관계는 완전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한 역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원하지 않아 군사력을 동원해 반발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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