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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이젠 사법영역 넘어 외교의 시간…돈 아닌 도덕적 반성 모색을

[한일 관계 복원, 더이상 미룰수 없다] <상> 양국 갈등 해법은

헌법 구조상 피해자 승소 판결 계속 나올 수밖에 없어

물질적 배상 영구 포기로 '한일충돌' 돌파구 마련 필요

위안부 지원, 화해·치유재단에 남은 출연금 활용 모색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한일 양국이 더 이상의 충돌을 이어가기보다 배상금 등 금전적 배상 문제 등을 우선 매듭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정의용 외교부 장관 등은 ‘과거사와 현안을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상대방이 있는 외교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답이 우선’이라는 원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우리도 이를 고려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미 대화 성사 등 대북 문제 해결을 위해 관계 개선이 필요한 것은 우리 정부이기 때문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관련 소송 재판에서 배상금으로 계산된 돈을 다 합쳐도 얼마 되지 않는다”며 “일본이 안 주려고 하면 뜯어올 방법도 없고 당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1993년 3월 김영삼 정부가 일본에 물질적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해 8월 고노 요헤이 관방 장관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는데 그런 도덕적 우위 방식이 우리 입장에서 멋있는 방법이라고 본다”며 “지금의 방식은 한일 관계는 관계대로 망가지면서 실익도 없고 국제적인 시각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는 액수 자체도 크지 않은 데다 강제적으로 받아낼 가능성도 전혀 없는 금전적 배상을 과감하게 영구 포기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사법부는 구조적으로 피해자들의 배상 승소 판결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의 판결을 막기 위한 입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과거사와 관련해 추후에라도 또 돈을 요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길 경우 양국 관계는 영원히 평행선만 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나아가 우리가 요구하는 ‘진심을 담은 반성’에 대해 국제사회 또한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미 법원에서 확정된 강제징용 판결에 관해서는 재단을 설립해 돈을 지급하자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안이나 정부가 기금으로 선지급해주는 ‘대위변제’ 방식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위안부 피해자 판결의 경우 2015년에 한일 정부가 체결한 합의를 존중하는 선에서 매듭짓고 화해·치유재단에 남겨진 출연금(약 60억 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강창일 주일 대사도 지난달 이 출연금을 양국 정부의 기금에 합치자는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현재 소송이 수십 건 걸려 있는데 일본은 배상을 요구할 수 없게 이 문제를 법제화해달라는 것”이라며 “일본도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국가인데 이미 나온 사법부 판결을 뒤집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안다. 이미 나온 판결로 현금화 작업이 시작되면 24시간 내에 이 금액을 보전해달라는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미 바이든 당시 부통령 주도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끌어낸 상황에서 추가적인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촉구 결의안’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상정한 것은 좋지 않은 결정”이라며 “양국이 승복할 가능성도 없고 할머니들 다 돌아가신 뒤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지난해 이후 한국 측에서 일본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고는 있으나 한국이 특단의 대책을 취하지 않으면 일본의 입장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ICJ 회부는 실현 가능도 없고 우리 정부나 일본 정부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입법 등 실질적인 한일 관계 개선책 마련을 위해서는 문 대통령의 리더십 발휘가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반일 여론과 피해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주체는 일본 정부도, 보수 정당도 아닌 문 대통령 자신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경제나 외교적인 국익을 침해받는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를 더 이상 사법부 차원의 개인 소송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광복절 경축식에서도 일본의 강제징용에 대한 ‘개인 배상청구권’이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뜻을 재차 내비친 바 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대통령이 국익 차원의 리더십을 발휘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그게 결여되다 보니 몇 년간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일본은 중·참의원 보궐선거를 각각 앞두고 있어 유연한 대처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는 “일본은 명확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그냥 만나서 관계를 개선하자는 식으로 명분 쌓기만 하고 있다”며 “국내 정치적 목적과 미국을 향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목적만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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