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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끝 영면한 김형영 시인 시선집 출간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

생전 직접 고른 시 213편 실려





지난 달 투병 끝에 일흔 일곱 나이로 영면한 김형영 시인의 시선집이 출간됐다.

시선집 제목은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문학과지성사 펴냄)’. 투병 당시 시인이 자신의 시집 10권에서 직접 고른 시 213편과 함께 오랜 지기인 문학평론가 김병익의 작품 해설과 시인의 이력이 담긴 연보가 함께 담겼다.



시인은 30년 간 월간 ‘샘터’에 몸 담았던 출판인이자 서정주·박목월·김수영의 제자였다. 또 한국가톨릭문인회에서 활동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세례명인 ‘스테파노’로도 불렸다.

시인은 자신의 인생을 크게 네 시기로 구분해 시선집을 구성했다. 첫 번째는 ‘관능적이고 온몸으로 저항하던 초기(1996~1979)’, 두 번째는 ‘투병 중 가톨릭에 입교해 교회 가르침에 열심이었던 시기(1980~92)’,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각각 ‘종교의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시기(1993~2004)’와 ‘자연과 교감하며 나를 찾아 나선 시기(2005~2019)’다. 시집에는 각 시기 별 대표작이 실려 있다.



시의 언어로 세계와 불화하며 자신의 삶을 규정하려 했던 이십 대의 대표작 중 하나로 시인은 ‘모기’를 골랐다. ‘모기들은 끝없이 소리 친다 / 모기들은 살기 위해 소리를 친다 / 어둠을 헤매며 / 더러는 맞아 죽고 / 더러는 피하면서’라고 자신의 삶을 작은 벌레에게 대입한다. 종교에 심취했던 시절 시인의 마음은 ‘홀로 울게 하소서’ 등의 작품에서 드러난다. 시인은 작품에서 ‘이제는 죽는 것보다 살기가 더 두려웁기에’라고 고백한다.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난 시인에게 김병익은 “시든, 종교든 혹은 사랑이든 속살거림이든,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사태를 우리는 일상으로 겪어내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정황을 김형영은 가능한 한 가장 적은 언어로 형상화한다. 그는 끝내 시인이었다”는 평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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