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하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달라붙어 감염을 막는 항체가 정상체중인 사람의 절반만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 국립암센터(IRCCS Regina Elena National Cancer Institute) 알도 베누티 박사팀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의료종사자 248명(23~69세, 평균 47세)을 대상으로 2차 접종 7일 뒤 혈액과 코인두 면봉 검체를 수집해 검사한 결과다.
동료 검토(Peer review) 등을 위해 '메드 아카이브'(medRxiv)에 사전 공개된 논문에 따르면 접종자의 99.5%가 항체반응(체액성 면역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없었다.
백신 접종자의 기하평균 항체 농도는 286 AU/㎖로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된 사람의 회복기 혈청 내 평균 항체 농도(39.4 AU/㎖)에 비해 매우 높았다. 항체 농도는 젊은층과 여성에서 더 높았다.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는 접종자의 나이 만큼이나 항체 농도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저체중군과 정상체중군의 평균 항체 농도는 455 AU/㎖, 326 AU/㎖로 각각 과체중군(222 AU/㎖), 비만군(167 AU/㎖)의 2배 수준이었다.
저체중군과 정상체중군의 평균 항체 농도는 23~37세군 및 37~47세군과, 과체중군과 비만군의 평균 항체 농도는 47~56세, 56~69세 연령층과 비슷했다.
연구팀은 “여성, 마르거나 젊은 사람이 남성, 과체중·비만하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에 비해 항체반응을 일으키는 능력이 좋았다”며 “이번 연구결과가 더 큰 규모의 연구에서 재확인된다면 비만인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백신을 추가 접종하거나 더 많은 용량을 투여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비만(BMI 30㎏/㎡)은 코로나19로 사망할 위험을 1.5배, 입원 위험을 2.1배 증가시킨다. 비만인은 당뇨병·심혈관질환 등 코로나19 고위험 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다. 또 과도한 체지방은 인슐린 저항성, 지속적 염증을 유발하고 인체가 감염과 싸우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지속적 염증반응은 감염된 세포를 직접 죽일 수 있는 T세포와 B세포에 의한 면역반응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대니 알트만 면역학 교수는 “브라질에서도 비만인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항체반응이 떨어지고 재감염도 더 흔했다”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는 코로나19 면역인구와 동의어가 아니므로 장기적인 면역 모니터링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웅재 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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