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연 1.6%를 돌파했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다시 낮아지면서 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2~3% 안팎씩 급등했습니다. 금리상승에 민감했던 나스닥은 3% 넘게 올랐는데요.
지난 주 시장을 지배했던 금리상승의 두려움은 어느 정도 잦아들었습니다. 여기에서는 그 이유가 궁금한데요.
1차적으로는 여기저기서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리와 증시상승이 함께 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일단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추가 시장불안에 준비하고 있는 듯합니다. 인플레와 금리 얘기가 계속되는 측면이 있지만 시장의 관심이 큰 만큼 분위기를 다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①“채권금리 올라도 증시에 걸림돌 안 돼”…“10년 물 1.6%? 팬데믹 전보다 낮아”
이날 JP모건은 “채권수익률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오르겠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탈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는데요. 이는 국채 금리상승은 경기회복의 의미이며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증시에 주는 플러스 요인이 증시에서의 자금이탈 같은 마이너스 요인보다 더 크다는 뜻입니다.
JP모건은 “유럽의 봉쇄완화와 맞물린 경제활동 재개라는 큰 그림이 앞에 놓여 있다”며 “과잉 유동성은 정점이지만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말 전에 긴축을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테파니 링크 하이타워 최고투자전략가의 생각도 같습니다. 그는 경기회복과 적정 수준의 금리상승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데요.
링크 최고투자전략가는 “지난 몇 주 동안 금리와 증시에서의 투자자금 이동을 봐왔는데 국채금리 인상은 경기회복이라는 매우 좋은 이유 때문”이라며 “모든 경제자료를 봐라. 산업생산이 오르고 소비지출이 상승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구재, 특히 항공기 주문이 전년 대비 63% 폭등한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의자에서 넘어질 뻔했다”며 “이런 경제자료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 것으로 속도가 중요한데 지난 주 10년물의 장중 1.6% 금리는 지난해 팬데믹 이전인 2%보다 낮다”고 했습니다.
금리가 더 올라도 괜찮다는 뜻이죠. 지나치게 빠르지만 않다면 금리인상은 경기회복과 함께 가기 때문에 증시에도 좋고 경제에도 좋다는 분석입니다. 그는 지금 상황을 ‘골디락스’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②“지속적인 인플레는 없어” 확산하는 목소리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에 나와 “2분기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시인했습니다. 올 들어 많은 수요가 생기고 있다는 건데요. 지난해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았는데 이들이 생산라인을 다시 돌리는 데는 많은 돈과 투자가 필요해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일부 수요공급 문제를 고려하면 2분기에 일시적인 가격 상승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역시 장기간·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바킨 총재는 “내 지역에 국한해서 말하자면 나는 압도적인 수요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일부 가격인상 압력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여전히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이) 완만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이는 연준의 일반적인 생각이기도 합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생기더라도 글로벌 무역과 기술발전, 공급망 회복으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올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말이죠. JP모건 역시 “경기가 빨리 회복하고 고용시장이 좋아져도 인플레이션은 완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금리인상이 증시에 나쁘지 않을 수 있고, 어쩌면 실제 인플레이션이 오더라도 금리 인상이나 유동성 공급이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연준이나 재무부가 말하는 것보다 큰 폭의 물가상승이 올 것이고 그럼 결국 바로 기준금리를 올리겠지?’했던 생각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죠.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정치적 압력…2% 물가목표 적정한가
중요한 것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국채금리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경우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수익률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시장이 동요할 수 있겠죠.
우선 연준 안팎에서는 단기 채권을 팔고 장기채를 사들여 채권만기를 늘리고 수익률을 평탄화시키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를 부활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지난 2011~2012년에 썼던 정책인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연준이 이르면 이달 중 이같은 정책변화를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전에도 그랬듯 국채수익률이 안정화하면 도입시기는 늦어질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월가에서 재정·통화정책의 근간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는 점입니다. 지난 주말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블룸버그TV에서 “지난 40년 간 최악의 인플레이션 위험으로 치닫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2,000달러 현금 추가 지급을 포함해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이 과도하며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해왔는데요.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이 오더라도 일시적이며 그 폭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말씀드렸지만 그의 지적은 분명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큰 폭의 인플레이션은 중산층과 가계를 무너뜨리고 경제와 사회를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우리의 시대정신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열광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선진국들은 물가가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의 악몽에 시달려왔기 때문에 물가상승은 좋은 것이며, 코로나19 이후로 더더욱 돈을 푸는 게 중요해졌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있다는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현대화폐이론(MMT)이 생명력을 이어가는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겠습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2%라는 연준의 인플레 목표(기준금리 인상의 근거), 이것이 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만약 인플레이션이 3%에 도달하면 연준은 이를 2%로 되돌리기보다는 기준 수치를 올려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올리비에 블랑차드 같은 이코노미스트는 2010년에 4%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고 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고문인 번스타인도 지난 2017년 연준에 목표치를 상향하라고 한 바 있습니다.
이는 폭증하는 국가부채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자비용과 재정적자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루 만에 뒤집을 수 있는 쉬운 정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시대정신이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다는 서머스 전 장관의 말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연준도 물가보다는 고용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엘렌 젠트너 모건스탠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연준의) 최대 고용의무는 인플레이션 의무보다 더 우선한다고 했는데요. 헌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시대 상황이 바뀌면 개헌을 할 수도 있다는 점,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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