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국채금리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채권 매입 비중을 높이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를 검토하고 있다. 도입이 확정될 경우 지난 2011~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9년 만에 부활하게 된다.
1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최근의 급격한 국채 수익률 변동으로 연준이 정책 수정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CNBC는 “시장에서는 오는 1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 변화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가능한 조치 가운데 하나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꼽힌다”고 밝혔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총량은 유지하되 단기채를 팔고 장기채를 더 사들여 전체적인 채권 만기를 늘리고 수익률을 평탄화하는 방안이다. 장기채 매입으로 투자를 촉진하고 통화량 억제 차원에서 단기채를 매각하는 것이다. 최근 증시 하락을 초래한 국채금리 급등은 주로 10년과 30년물 같은 장기채에서 나타났다.
이를 고려하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으면서 장기국채 수익률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면 투자자들은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재 연준의 자산 매입 규모는 7조 5,000억 달러(약 8,423조 원)에 달한다.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리서치 금리전략가는 “단기어음을 팔고 동시에 장기채를 매입하는 트위스트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완벽한 정책 처방”이라며 “매달 800억 달러 규모의 단기채를 팔고 장기채를 더 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적자 국채 발행을 위해서는 국채 시장 안정이 필수다. 올해 연방정부 재정 적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으로 최소 2조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향후 국채 수익률의 움직임에 따라 도입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연 1.6%를 돌파했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한때 1.404%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 같은 하락세가 이어지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도입할 이유가 줄어든다.
실제 연준이 장기채 매입을 늘리면 추가 경기 진작 효과가 있다. 채권 매입 총액은 변함이 없지만 통화 당국이 장기채를 더 사면 금리가 하락해 투자자들이 단기물 및 회사채로 이동한다. 이는 투자 확대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로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는데 이런 상황을 더 나빠지게 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연준은 장기채 매입 비중 확대를 검토했다가 결국 이 카드를 쓰지 않았다. 지난달 국채금리가 급등했을 때도 월가에서는 내심 장기채 카드를 기대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발언으로 시장을 달랬다.
이와 별도로 연준은 인플레이션 대비책으로 초과지급준비금이자율(IOER)을 현행 0.1%에서 0.15%로 높이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IOER은 시중은행이 당국에서 요구하는 의무 예치금을 초과해 맡긴 돈에 지급하는 이자다. 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금리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유동성을 흡수해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막고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기 회복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어느 정도의 물가 상승은 나타날 것이며 채권금리도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많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중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이) 완만할 것”이라면서도 “2분기에 일부 인플레이션 압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준이 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수 있다는 예상도 흘러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약 인플레이션이 3%에 도달하면 연준은 이를 (관리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보다 기준 수치를 올려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이 4일 WSJ 행사에서 연설할 예정인 만큼 이날 통화정책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