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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으로 '檢 흔들기' 우려에 작심발언…"결국 국민이 피해"

■ 다시 '공정' 꺼낸 尹

"사법제도 잘못되면 국가 흔들려

원칙대로 가니 아예 길 파내려 해"

사회적 공정 붕괴 우려 커지자

그간 참아왔던 쓴소리 쏟아내





윤석열 검찰총장이 거대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추진에 대해 법치주의 말살, 민주주의 퇴보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낸 배경은 ‘사회적 공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반부패 수사 역량의 퇴보가 ‘힘 있는 세력’에 치외법권으로 인식되면서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거여(巨與)가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입법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흔들면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까지도 붕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총장은 2일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힘 있는 사람도 범죄를 저질렀다면 똑같이 처벌받고 법이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정치·자본 권력들에 대한 비리 수사를 ‘치외법원의 영역’을 일소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수사를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법치주의를 확립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윤 총장은 특히 또 “권력형 비리가 제대로 처벌 받으면 관행 자체가 바뀐다”며 “하지만 형사 사법 제도가 잘못되면 국가가 흔들리고 국민이 고통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권력층의 반칙에 대응하지 못하면 공정과 민주주의가 무너진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는 앞서 윤 총장이 지난 2019년 7월 25일 검찰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낸 일성에도 반영돼 있다. 당시 윤 총장은 “형사 법 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이라며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정한 경쟁 질서를 해치는 권력형 범죄에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중시할 가치는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이다.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 불법 자금 수사, 시장 교란 반칙 행위, 우월적 지위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는 추호의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 본질을 지키는 데 법 집행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을 취임 키워드로 제시했다.



‘법 집행은 공정 질서 확립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윤 총장의 오랜 신념이 거여의 중수청 설립 추진 등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직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날 검찰 관계자가 윤 총장 발언에 대해 “중대 범죄에 대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할 경우 힘 있는 사람들에게 치외법권이 제공되고 보통 시민들은 위축돼 자유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한다. 힘 있는 자들이 죄를 짓고도 처벌을 받지 않으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취지”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 움직임을 보면서 내부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공권력이 무시당하면서 기득권 등 특권층 범죄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 경우 권력층을 등에 업은 무뢰배가 기승을 부리는 등의 사태가 남의 나라가 아닌 우리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부정부패가 확산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정기관의 엄격한 법 집행도 있었다”며 “부패 범죄 대응 역량이 강화가 아닌 약화 쪽으로 흐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과거 검찰이 외부 비판에 직면한 이유는 권력 앞에서 머뭇거리는 등 비굴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며 “정치권 등에서는 오히려 수사를 강하게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 상황에서 윤 총장이 과거 수사 사례를 들어 걱정하는 부문도 정치적 논리에 따라 부패수사 역량이 약해지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이 인터뷰에서 “원칙대로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한다”고 지적하거나 “진보를 표방한 정권의 권력자나 부패 범죄를 수사하면 보수인가”라고 반문한 게 정치권 공세로 인한 수사 역량의 저하를 의식한 표현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앞서 정치권의 수사 비판 등 개입에도 윤 총장이 입을 열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윤 총장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이나 울산 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등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맹비난에도 말을 아껴온 게 사실”이라며 “이는 본인은 물론 검찰이 돌파해야 하는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수사를 할 수 있는 길마저 차단하려하자 쓴소리를 쏟아냈다”며 “사회적 공정을 지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부 친여 검사와 정치권의 비판 등 방해에도 참아왔지만 법 개정으로 직접 수사의 근간마저 흔들자 윤 총장이 이른바 ‘작심 발언’에 나섰다는 것이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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