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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위키드' 너무 화려해 숨겨진 메시지들, 그 모든게 매력적인…


*1막 끝나고 쉬는시간 20분, 읽고 보면 훨씬 더 재미있을 이야기를 전합니다. (주의, 기사에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위키드' 공연스틸 /사진=클립서비스




그 누구도 어떤 마법사도 나를 끌어내릴 순 없어 이젠. 누구도~워 워어어어 쾅

지금 막 불의와 맞서기 위해 중력을 이겨내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초록 마녀를 방금 목격하셨겠군요. 어떤가요? 사람들이 말하던 것처럼, 혹은 지난 시즌 공연처럼 심장 꽉 조여오던가요?

객석을 한번 둘러보세요. 코로나19로 인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객석을 가득 메우게 만든 마녀들의 인기가 정말 대단합니다. 1막의 마지막 곡 Defying Gravity가 끝나자마자 ‘이야’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나오더군요. 이제 한국 버전의 ‘위키드’는 쇼를 넘어 확실한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어른들의 동화’로 자리잡은듯 합니다.

‘위키드’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무대와 음악이 인상적인 작품이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통해 알면 알수록 재미를 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전에 프로그램북을 잘 읽어보셨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 분들을 위해 딱 5분만 보면 이해되는 오즈의 뒷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위키드' 공연스틸 /사진=클립서비스


▲ 글린다의 첫 등장, 표정이 어색해

천장에선 용이 펄떡거리고, 날아다니는 원숭이가 한바탕 휘젓고 나면 하얀마녀 글린다가 비누방울 기구를 타고 등장하죠. 오즈민들에게 나쁜 서쪽마녀가 죽었다는 ‘굿 뉴스’를 전하는데…. 잠깐, 보셨나요? 글린다의 표정이 웃다가 망설였다가 웃다가 망설였다가 하는 것.

‘위키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의 결말로부터 출발합니다. 서쪽마녀의 죽음을 공표하는 오프닝이 지나면 과거로 돌아가 도로시가 오즈에 도착하기 훨씬 전인 엘파바의 탄생부터 전개되는 구조에요. 알고 보셨다면 아마도 첫 장면에서 글린다를 연기하는 배우 정선아, 나하나의 표정연기에 감탄하셨을 겁니다. 몰랐다면? 끝까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세요. 과연 서로의 ‘선택’에 의해 헤어진 이들은 2막에서 어떤 갈등을 빚고 이를 해결해낼지. 첫 장면에 왜 글린다의 표정이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위키드' 공연스틸 /사진=클립서비스


▲ 에메랄드시티의 최신 트렌드 ‘초록색 선글라스’

1막 중반 엘파바와 글린다는 마법사에게 초대받아 오즈의 중심 에메랄드시티로 향합니다. 5,000개의 초록빛 LED 조명이 무대 전체에 짠 퍼지면서 오즈민들이 노래하죠. ‘One shot day 여긴 에메랄드 시티’ 화려함에 취해 노래하는 엘파바와 글린다 사이에서 모든 오즈민들이 착용한 액세서리가 있죠, 바로 ‘녹색 선글라스’입니다.

작품에서 선글라스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눈을 가리는’의미 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죠. 오즈의 분열을 막은 마법사를 절대자로 추종하는 사람들은 마법사가 만든 세상에서 마법사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살아갑니다. 동물을 공동의 적으로 만들어 가두고 말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오즈의 분열을 해결한 마법사는 사람들에게 밝고 화려한 일상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적대적인 자들은 악한 자로 포장해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버리죠. 동물을 구하려고 했던, 마법사의 꾸며진 행복에 반기를 들었던 엘파바 역시 나쁜 서쪽마녀로 몰리고 쫓기게 됩니다. 초록색 선글라스는 과거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고 정치적 관심을 돌리려는 목적으로 3S정책이 먹혔던 우리의 80년대 ‘칼라TV’와 비슷해 보이지 않나요?

반대로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세상이 모두 초록빛으로 보이는 에메랄드 시티를 보며 엘파바는 태어나 처음으로 어딘가에 속한 느낌을 받게 만들기도 합니다. 더이상 피부색으로 차별받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 그곳이 자신을 나쁜 마녀로 몰아세운 곳이라니 참 아이러니 하죠.



'위키드' 공연스틸 /사진=클립서비스


▲ 착한마녀 나쁜마녀 따로있나, 소문타기 나름이지 오즈마녀

마법사의 말 한마디만으로 엘파바는 나쁜 서쪽마녀, 글린다는 착한 마녀로 포장됩니다. 언론부 장관이 된 모리블 학장에 의해 사람들은 왜곡된 진실을 믿게 되죠. 서쪽 마녀가 얼굴이 세 개라거나 물을 뿌리면 죽는다거나 하는. 자신을 향한 인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글린다는 그 가짜뉴스를 묵인한 채 오즈 최고의 핵인싸로 떠오릅니다. 항상 웃어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빛과 같은 존재 말이죠.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엘파바와 글린다는 이후 엇갈린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오해도 하고 견제도 하지만, 또 서로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도 하죠. 처음 글린다를 경악하게 했던 엘파바의 피부색과, 엘파바를 경악하게 했던 글린다의 화려함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2막에서 두 주인공의 갈등과 봉합에 집중해 보면 자연스레 ‘위키드’를 만든 사람들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전달되리라 확신합니다.

▲ 그래서 도로시랑 친구들은 어디 있는 거예요?

선을 그어놓고 말하자면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의 설정과 인물을 차용했을 뿐,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도로시가 돌풍에 의해 집에 갇힌 채로 오즈에 날아오기 전 이야기가 4분의 3은 차지하죠. 그렇다고 완전히 안 나오는건 아니에요. 깜짝 놀랄 동화 속 인물들이 반전의 키를 쥐고 있으니까요.

'위키드' 공연스틸 /사진=클립서비스


▲ 보너스. 새 캐스트 손승연, 나하나 얼마만큼 잘할까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새로운 엘파바와 글린다 역의 손승연, 나하나 배우의 가능성이었습니다. 초연부터 확고한 입지를 다진 옥주현, 정선아의 이름값에 밀리지 않을까 싶었는데…웬걸? 향후 10년은 이들에게 이 역할을 맡겨도 손색없다 싶을 만큼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손승연은 뮤지컬무대 위에서 대사전달보다는 좋은 노래를 부르려는 성향이 짙은 가수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가창력, 전달력, 표현력 모두 깔끔했습니다. 방금 전 Defying Gravity를 들으셨다면 엄지척 하셨을거에요. 나하나는 캐릭터와 흐름별 자신의 캐릭터 변화에 대한 분석이 정확하게 됐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표현력이 일품이었습니다.

▲ 이 작품 볼까? 생각한다면

아직 볼지 말지 망설이며 기사를 클릭하셨다면…. 현재 ‘위키드’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구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입니다. 8일 오후 2시에는 3월 27일부터 4월 16일 공연까지의 티켓이 오픈됩니다. 5월에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초연을 앞두고 있으니 부울경 예비 관객들은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즈의 마녀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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