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 명과 가족들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에서 100억 원대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는데도 부동산 정책에 협력해야 할 공기업 직원들이 투기에 앞장선 셈이다. 게다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이던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이번 사태로 LH가 추진해야 할 2·4 주택 공급 정책의 신뢰성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네티즌들은 “투기를 잡겠다는 정권이 되레 투기꾼을 키웠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 등의 맹비난을 쏟아냈다. 파장이 확산되자 문 대통령은 3일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 LH, 공공 기관 등의 신규 택지 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들에 대한 토지 거래 전수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현 정권 인사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성추행으로 중도 하차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정지 인근에 수만 평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 전 시장은 2004년 부산시장 후보 시절부터 신공항 건설 공약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해 충돌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의 사퇴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특혜 대출, 투기 논란을 빚은 서울 흑석동 상가 주택을 처분해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둔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독일 대사로 임명된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청와대 근무 중 다주택을 정리했지만 수석에서 물러난 뒤 오피스텔 2채를 구입해 비판을 받았다.
현 정부가 민간 아파트 건설에 규제의 올가미를 씌운 사이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이 이익을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전수조사 지시가 선거를 앞두고 말단 공직자의 책임만 묻는 ‘꼬리 자르기’ 식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검경의 수사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국토부·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LH 직원뿐 아니라 정치인 등의 투기 의혹을 성역 없이 파헤쳐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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