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 정부에서 북한을 대선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일 ‘민주주의 4.0 연구원’ 화상 간담회에서 “한국 대선이 1년 뒤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국이 안보를 희생하면서 북한을 선거에 활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북한에 지나치게 관대한 행태를 보인 것을 염두에 두고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사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올해 도쿄 올림픽은 한일·남북·북일·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대북 관계 해빙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제2의 평창 동계올림픽’ 구상을 내보였다. 2018년 2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직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을 재연해보려는 속내를 내보인 셈이다. 여당 의원 40여 명은 3일에도 ‘다시 평화의 봄, 새로운 한반도의 길’이라는 토론회를 열고 ‘평화 타령’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기는커녕 오히려 핵무장을 강화해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북한 강선 지역의 핵 활동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2일 “국제 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관계자도 “북한 취약 계층이 직면한 경제·사회적 어려움의 주된 책임은 북한 당국의 정책에 있다”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주장하는 대북 제재 완화론에 제동을 걸었다. 혹시라도 여권이 남북 관계, 즉 ‘북풍(北風)’을 다시 대선에 활용하려 한다면 깨어 있는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물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도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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