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함과 동시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을 전격 교체한 것은 검찰 개혁을 둘러싼 갈등을 신속히 진화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검찰 고위급 인사와 여권의 검찰 개혁 방안에 반발한 윤 총장과 신 수석의 거취를 질질 끌수록 국정에 부담이 되고 레임덕 논란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인사로도 해석된다.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과 검찰 간의 관계가 이번 인사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진단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 총장이 오후 2시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지 1시간여 만에 사의를 전격 수리한 데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 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신 수석의 후임자로 임명된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을 지낸 인사로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에서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노동·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검찰과의 접점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 신임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아 책임감을 느낀다. 부족하지만 맡은 소임을 잘하겠다”며 “주변을 두루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면서 끝까지 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결국 결별 수순을 밟게 됐다. ‘추·윤 갈등’ 이후 검찰과 원만한 관계를 만들고자 임명했던 신 수석도 퇴진하면서 검찰과 협력적 관계 속에서 검찰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은 완전히 틀어지게 됐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신 수석 교체 배경에 대해 “검찰 개혁에 따른 검찰 내 반발을 진정시키고 윤 총장에 대한 일종의 관리자로서 역할이 기대됐지만 윤 총장의 사퇴로 더 이상 역할이 무의미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역할’ 유효기간이 끝났으니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총장 사태를 일단락시키는 차원에서 사표를 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과 신 수석이 모두 퇴진한 가운데 문 대통령의 향후 검찰 개혁은 결국 여권이 추진하는 강경 기류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총장이 퇴진 후 정치 행보를 택할 경우 문 대통령과 여권 입장에서는 기존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이날 문 대통령의 신 수석 교체에 대해 ‘토사구팽’이라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에서 “검찰 인사를 ‘패싱’할 땐 언제고 다시 오라고 손짓을 하더니, 이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윤석열) 검찰총장마저 물러나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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