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로 정치권에는 ‘제3지대’가 정계 개편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반문(反문)’ 민심을 등에 업은 개혁 중도 세력이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을 대체하는 새로운 야당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과정은 제3지대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단계로 꼽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꺾는다면 제3지대의 폭발력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사의를 표명한 윤 총장은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해 정치 입문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윤 총장이 당장 여야 정당에 속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윤 총장은 지난 2년 내내 ‘조국 사태’로 더불어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워온 데다 문재인 정권 초기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적폐 청산’ 수사팀의 중심에 서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순간 이른바 ‘친박’ 세력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고 전했다.
안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등은 ‘제3지대’ 세력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권이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윤 총장의 말에 동의한다”면서 “보궐선거 이후 신당 창당을 차분히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당의 정체성은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이 아닌 다원주의와 자유주의의 복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 역시 지난달 9일 “야권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그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에 생각이 모일 것”이라며 정계 개편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제3지대론은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 예비 후보 야권 단일화에서 이길 경우 증폭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정계 개편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은 의석 3석에 불과한 소수 정당이지만 서울시장 예비 후보 야권 단일화에 성공한 후 서울시장으로 선출될 경우 대선 국면까지 영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정치 평론가인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안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고 서울시장이 된다면 제3지대 중심의 정계 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대표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4월 7일 보궐선거의 야권 승리는 광범위한 국민 행동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모아진 국민 역량은 내년 정권 교체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적었다. 안 대표는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윤 총장의 앞날을 함께 응원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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