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권위주의 국가의 정권을 교체하던 과거 방식과 이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선언으로 미국의 대외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이 모인다. 미얀마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지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 해소의 동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 시간) 외교정책 연설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군사적 개입이나 무력으로 권위주의 정권의 전복을 시도하면서 민주주의를 증진하지는 않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이런 전략들이 시도됐으나 좋은 의도였음에도 작동하지는 않았다”며 “민주주의 증진에 오명을 씌우고 미국민이 신뢰를 잃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되는 파격적인 대외 정책 기조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군사 옵션을 거론하며 이란과 북한 등을 수시로 위협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과거를 언급하며 “우리는 다르게 일할 것”이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자국의 뜻을 세계에 관철하는 수단으로 무력을 통한 정권 교체를 시도했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가 지난 2011년 리비아를 공습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것이 대표적인 최근 사례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유지돼야 한다고 보는 쪽에서는 블링컨 장관의 이날 선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해온 미국이 개입을 멈출 경우 독재나 인권 유린을 해소할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 유혈 사태 해결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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