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입법 추진에 반대하며 전격 사퇴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현관에서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사퇴의 변을 남겼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 좌천됐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발탁된 윤 총장은 자신을 중용한 정권의 잇단 공격을 받고 결국 물러나게 됐다. 2019년 7월 취임 당시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당부한 문 대통령의 지시를 곧이곧대로 이행하다가 권력의 눈 밖에 난 것이다. 최근 여당이 검찰 수사권을 없애기 위해 중수청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하면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고 작심 발언까지 했으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여권은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대세”라고 주장하며 중수청 강행을 예고했다. 하지만 거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약 80%에 해당하는 28개국은 헌법·법률에 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구속력 있는 수사지휘권을 규정했고 27개국은 검사의 수사권을 명문화했다. 뉴욕 검찰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도 피의자 신분인 여당 강경파 의원들이 앞장서 중수청 설치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리얼미터가 2일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중수청 설치에 대한 반대(49.7%)가 찬성(41.2%)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은 사법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 수사권 박탈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정권 연장을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정의와 상식을 무너뜨리는 사법 기구 장악은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비극을 초래할 뿐이다. 그런데도 우격다짐으로 ‘사이비 사법 개혁’을 밀어붙인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윤 총장의 사퇴를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지키고 법치주의를 지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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