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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1년 앞두고 '정치의 강' 건넌 尹…"국민 보호 힘 다할 것"

■윤석열 총장 전격 사퇴

"어떤 위치 있든 국민 보호할 것"

사실상 '대권 출사표' 던진 尹

文대통령, 1시간 만에 수용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오승현 기자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추진에 연일 격앙된 목소리를 내온 윤석열 검찰총장이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중수청 설치에 따른 수사와 기소 분리에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한 달여 남은 시점이라 ‘선거 정국’에 쓰나미급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윤 총장이 사의 표명 과정에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혀 사실상 ‘대권 출사표'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윤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윤 총장의 사의 표명은 지난 2019년 검찰총장에 임명된 지 약 1년 8개월 만이다. 이로써 대검찰청은 5일부터 조남관 차장검사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다.

윤 총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사의 표명 글에서도 “더 이상 반부패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며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수청 설치는 검찰 개혁이 아닌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날을 세웠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우선 윤 총장의 사의 표명을 정부 여당에서 추진하는 이른바 ‘검찰 개혁 시즌 2’에 대한 항의 표시로 보고 있다. 앞서 2일 언론 인터뷰나 3일 대구고검·지검 방문에서 정부 여당에 날 선 발언을 했던 것이 사퇴의 전초전이라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의 사의 표명을 사실상 정계 진출의 메세지로 해석한다. 대선을 약 1년여 앞두고 전격 사퇴하면서 스스로 정계 진출 가능성에 불을 붙인 것이다. 윤 총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과정 등에서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한 만큼 앞으로 보궐선거에서도 핵폭탄급 여파가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윤 총장의 공개 사의 표명 1시간 만에 이를 전격 수용했다. 또 최근 검찰 인사와 관련해 사의를 표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후임에는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尹 "정의·상식 붕괴 더는 볼 수 없어"…'與=反헌법 세력'으로 규정

윤 총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한 후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권 가도를 향한 정치인 윤석열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총장 취임 이후 정권 관련 수사로 지속적인 견제를 받다가 징계까지 당한 윤 총장이 ‘정치로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여권의 중수청 설립 추진에 대해 최근 며칠간 날선 비판을 해온 윤 총장이 사퇴 이후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보이며 존재감을 키워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총장은 4일 오후 2시 대검찰청 앞에 모인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여당을 ‘반헌법 세력’으로 규정하고 더 이상은 그들의 전횡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만천하에 표명한 것이다.

윤 총장은 검찰 바깥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겠다는 의미의 말을 덧붙였다. 윤 총장은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라면서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윤 총장이 보내온 ‘검찰의 시간’은 이날로 끝나지만 앞으로 ‘정치의 길’로 나아갈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격앙된 인터뷰…정치 투신의 전조였나

이날 윤 총장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은 최근 며칠간 내놓은 발언과 행보에서 이미 예고됐다는 분석이다. 윤 총장은 지난 1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여당의 중수청 신설 추진을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윤 총장이 공개적으로 인터뷰를 한 것은 27년 검사 생활에서 처음이다. 특히 인터뷰는 총장실에서 3시간여에 걸쳐 진행돼 형식과 내용 모두 이례적이었다. 더군다나 검찰은 다음 날 윤 총장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보완 설명을 제공하는 등 윤 총장의 발언을 지원 사격했다.

다음 날에는 윤 총장의 더욱 격앙된 발언이 공개됐다. 다른 언론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수청 설치로 인한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거론하며 “국민은 ‘개돼지’가 아니라는 뜻”이라고도 했다. 다음 날 대검은 이 전화 통화가 기사를 전제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윤 총장의 발언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보수 텃밭 대구서 ‘국민’ 수차례 강조

윤 총장은 전일 대구고·지검을 찾은 자리에서는 한층 더 발언 수위를 높였다. 윤 총장은 “지금 진행 중인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고 국가와 정부에 헌법상 피해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권을 향해 부패가 싹트는 환경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질타한 것이다. 이어 윤 총장은 ‘정치 의향이 있는지’라는 질문을 받고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명확히 부인하지 않았다.

또 검찰은 대구고·지검 검사들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윤 총장 발언을 공개하며 윤 총장의 속내를 추가로 전파했다. 윤 총장은 “검사 생활에서 처음으로 인터뷰라는 것을 해봤다”며 “국민들에게 올바른 설명을 드리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는 발언 등으로 인터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윤 총장의 발언에는 ‘국민 피해’ ‘국민 보호’ 등 국민이란 단어가 수차례 제시됐다. 윤 총장이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데 대해 정치적 행보를 본격화했다는 게 중론이다.

◇대선 1년 전 사퇴…'출마 제한법' 의식한듯

이날 윤 총장의 사의가 예상보다 빨랐다는 반응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에서 중수청 법안을 확정하기도 전에 총장직을 던졌기 때문이다. 이에 윤 총장이 ‘윤석열 출마 제한법’의 통과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법안은 검사로서 퇴직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공직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없게 한 검찰청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부칙에서 이미 퇴직한 검사에게도 같은 내용을 적용하도록 했다. 다음 대선인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은 내년 3월 9일이다. 만일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될 경우 1년 전인 오는 9일 이후 윤 총장이 퇴직하면 출마길이 막힌다.

다만 윤 총장의 중수청에 반대해 쓸 수 있는 카드가 사퇴밖에 없었던 만큼 단지 시일이 당겨진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동현 전 검사장은 “지금 상황에서 공무원이 거취를 내놓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라고 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직을 유지하는 게 더는 의미가 없어져 버린 상황”이라며 “달리 움직일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尹 사퇴, 언젠가는 일어났을 일…곧 검사들도 목소리 낼것"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의 전격 사퇴에 대해 ‘언젠가는 일어났을 일’이라는 평가가 많다. 수사나 검찰 개혁을 두고 정부 여당과 연이어 충돌하는 등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이 하루가 다르게 커졌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 사의에 대해 당황스럽지만 수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동안 윤 총장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각종 수사를 두고 정부 여당과 충돌했다. 여기다 거여가 추진하는 중수청 설립 등이 사실상 ‘검찰 폐쇄’를 의미하는 만큼 윤 총장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여당이 중수청 설치 등을 밀어붙이니 총장으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수청 설치의 핵심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인 만큼 윤 총장이 검찰제도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느끼고 직을 내려놓는 결정을 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 사퇴로 이른바 ‘검란’이 조만간 사실화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갑작스러운 사태라 추이를 지켜보며 반발 등이 다소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내부 구성원들은 (윤 총장이 사의를 표할지) 긴가민가했다”며 “설마 했던 일이 터져 현재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조만간 검찰 내부의 누군가 의견을 내는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본격적으로 (중수청 설립 등에 대한)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검찰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라 어수선한 분위기는 금방 회복될 것 같다”며 “머지않아 검사들이 검찰 내부망 등을 통해 정부 여당에 직간접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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