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배달의민족으로 불리는 음식 배달 업체 딜리버루가 올해 말 런던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4일(현지 시간) 딜리버루는 성명에서 “런던은 놀라운 기술 생태계와 숙련된 인재 시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자본 시장”이라며 “런던 증시에 연내 상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딜리버루가 상장을 위해 아마존과 듀러블캐피털 등 투자가들로부터 1억 8,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딜리버루는 상장 후 3년간 차등의결권 제도를 운영해 윌 슈 최고경영자(CEO)의 의결권을 강화한다.
지난 2013년 세워진 딜리버루는 현재 영국을 비롯한 세계 12개국 800여 개 도시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8년 20억 달러에 불과했던 기업가치는 현재 70억 달러(약 7조 9,000억 원)로 평가된다. 2년 전 잠재력을 인정받아 아마존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빠르게 사업을 키운 덕이다. 2019년 딜리버루의 수익은 직전 연도 대비 62% 증가한 7억 7,100만 파운드(약 1조 2,000억 원)였는데 지난해 12월 슈 CEO는 최근 주문량이 2019년 수준의 두 배라고 밝힌 바 있다.
오랜만에 전해진 대어급 상장 소식에 영국 정부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영국은 사업을 시작하고, 성장하고, 상장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장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딜리버루가 영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유럽 금융 허브로서 런던의 위상을 되찾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런던을 제치고 유럽 최대 주식 거래 중심지로 올라서는 등 런던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는데 영국 정부는 딜리버루가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켜주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주식 시장의 변동성으로 딜리버루가 정부의 기대만큼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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