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유럽연합(EU) 밖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출을 금지한 이탈리아의 결정을 지지한다며 프랑스 정부도 비슷하게 조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백신 국가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5일(현지 시간)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BFM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정부의 결정을 “이해한다”며 프랑스 정부도 “동일한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묵인 하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5만회 분의 호주 수출을 막았다. 수출이 불허된 백신은 EU 역내에 재배분될 전망이다. EU가 백신의 역외 수출을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당국자의 발언에 ‘백신 국가주의’가 거세질 수 있다는 잿빛 전망이 나온다. 앞서 미국 역시 국방물자법(DPA)을 동원해 모든 미국 성인에게 접종할 코로나19 백신 확보 시기를 당초보다 2개월 앞당기겠다고 밝혔지만 백신 공급난을 겪는 이웃 국가의 도움 요청은 외면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멕시코 측이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관련해 도움을 청했지만 “우리 국민이 우선”이라며 백신 나누기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예상한 듯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등은 일찌감치 백신의 공정한 분배를 촉구해왔다. 지난달 22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온라인으로 회담한 뒤 부유한 국가들의 선점으로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위한 백신 물량이 부족하게 됐다며 돈이 아닌 ‘백신 기부’를 선진국에 요구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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