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의를 밝히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면서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소송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행정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소송들이 이대로 끝날 것이라는 목소리가 큰 반면 행정법원에 계류된 소송은 계속 진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지난해 11월부터 제기한 행정소송들은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윤 전 총장이 총장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소송을 제기한 것의 실익, 즉 ‘소의 이익’이 없어져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秋 ‘직무 배제’·‘정직 2개월’에 반발해 낸 소송…본안은 아직
윤 전 총장이 낸 행정소송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그를 총장 직무에서 배제한 데 반발해 제기한 소송이다.
앞서 추 전 장관은 감찰 결과 이른바 ‘재판부 사찰’ 등 총 6개 혐의가 드러났다며 지난해 11월 24일 윤 전 총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행정법원에 직무 정지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을 냈다.
두 번째 행정소송은 법무부의 ‘정직 2개월’ 징계와 관련된 것이다. 이것 역시 윤 전 총장이 추 전 장관 재임 시절 낸 소송으로, 징계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이 함께 제기됐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6일 윤 전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당시 징계위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의 위신 손상은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징계위 결정이 이뤄진 지 하루 만에 행정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은 두 행정소송의 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받아들였다.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 신청은 본안인 취소 소송이 제기된 처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겼을 때 인용된다.
본안 소송들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각 소송을 맡은 재판부가 소의 이익이 사라졌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며, 이럴 경우 ‘각하’ 결정이 내려질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소 이익’ 두고 갈린 법조계 시각…각하? 계속?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임했으니 징계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며 “소 이익이 없어 각하 판단이 나올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도 “이런 상황에서는 처분의 내용이나 수위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각 재판부는 윤 전 총장에게 내려진 처분을 ‘충분한 불이익’이라고 보지 않을 듯하다”면서 “두 본안 소송 모두 각하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직무 정지’와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이 윤 전 총장에게 소송을 계속 끌고 갈 만큼 큰 불이익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해당 부장판사는 윤 전 총장이 검사징계법에 관해 낸 헌법소원에 대해서도 “각하될 것 같다”며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났으니 해당 조항으로 인해 더 이상 기본권을 침해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징계위 소집 전인 지난해 12월 4일 검사징계법 일부 조항을 문제삼으며 헌재에 헌법소원과 해당 조항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위원 7명 중 5명을 추 전 장관이 지명·추천하는 인사로 꾸린다면 평등권이 침해될 수 있으며 공정한 심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행정법원에 머물러 있는 본안 소송들이 각하되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법무부의 처분들로 윤 전 총장이 받을 불이익을 재판부가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향후 윤 전 총장이 받게 될 연금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재판부가 소의 이익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처분들로 인해 윤 전 총장에게 큰 법적인 불이익이 생긴다고 판단한다면 심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소의 이익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의 법률대리인인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전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징계가 실제 집행되지 않더라도 공무원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자체가 (불이익)”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소송 취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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