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맞물린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7일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운 와중에 물가마저 급등할 경우 통제하기 어려운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수년간의 저물가 기조가 마감되면서 전방위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위험 요인이 곳곳에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16.0으로 전월 대비 2.4% 올라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국제 유가도 4일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유지 합의로 4% 폭등하면서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 9월 이후 줄곧 1%대에 머물렀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2%로 상승했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연속 하락하며 여전히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집단면역 효과를 얻지 못할 경우 대규모 재확산에 따른 경기 재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데도 정부는 방만한 재정 정책만 동원해 고비용·저효율 산업구조를 고착화함으로써 오히려 스태그플레이션 압력만 키우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전 국민 대상의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 무차별 현금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 지금은 섣부른 경기 부양보다 코로나19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통해 불황 국면을 최대한 버티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땜질성 돈 풀기가 아니라 첨단 신산업 육성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규제 혁파를 통해 민간 투자와 고용을 활성화하고 시장 자율성을 키워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좀비 기업을 걸러낼 수 있도록 구조 조정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