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오는 14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제63회 그래미어워즈에 한국 대중음악인 최초로 후보에 지명된 데 이어 공연도 펼치게 됐다. 백인 주류 음악 중심으로 진입 장벽을 치고 있는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BTS가 한 단계 한 단계 벽을 넘어서며 인정을 받아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
그래미어워즈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7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BTS를 포함해 총 23팀에 달하는 시상식 공연자 명단을 공개했다. 레코딩 아카데미 측은 소셜 미디어 페이지에서 BTS의 히트곡 ‘다이너마이트’ 가사를 인용해 “BTS가 불꽃으로 그래미의 밤을 찬란히 밝히는 것을 지켜보자”며 “그들의 퍼포먼스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BTS는 이번 시상식에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로 올라 있다.
그래미어워즈 시상식은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성대한 밤’으로 통하며,시상 내용 뿐 아니라 당대 최고 아티스트들의 공연으로도 화제가 되는 ‘꿈의 무대’다. 올해 시상식 라인업만 해도 BTS 외에 크리스 마틴, 존 메이어, 테일러 스위프트, 카디 비, 포스트 말론, 빌리 아일리시, 두아 리파, 해리 스타일스, 하임 등 쟁쟁하다. 이 시상식에 한국 대중음악 가수가 정식 후보로서 무대를 선보이기는 BTS가 처음이다. 정식 후보로서 무대에 오르는 만큼 BTS 단독으로 무대를 꾸밀 가능성이 높다.
BTS는 지난 2019년부터 그래미 어워즈 무대를 해마다 밟고 있다. 2019년엔 시상자로 초청됐으며, 이듬해에는 래퍼 릴 나스 엑스의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Road) 무대에 함께 했다. 리더 RM이 이 곡의 리믹스 버전에 참여한 게 인연이 됐다.
이처럼 BTS가 그래미어워즈에서 시상자, 공동 공연자에 이어 후보자 및 공연자로 점차 역할을 키워가는 모습은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순차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이들의 위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대중음악계에 다양한 연령대와 장르가 공존하다 보니 BTS가 받아들여지는 과정에 있어서도 각각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 2017년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가장 대중적인 상인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은 것부터 시작해 아메리칸뮤직어워즈 수상, 빌보드 핫100 차트 1위, 마침내 그래미어워즈 후보까지 오른 것은 하나의 사이클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BTS 멤버들도 여러 차례 그래미어워즈의 단독 무대가 꿈이라고 밝혀 왔다. 멤버들은 지난해 9월 ‘다이너마이트’의 빌보드 핫100 1위 기념 미디어데이에서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시상식이다. 우리 노래를 단독 무대로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리더인 RM은 지난해 11월 스페셜 앨범 ‘BE’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연습생 시절 T.I., 제이지, 릴 웨인 등 래퍼들이 그래미에서 꾸민 ‘스웨거 라이크 어스’ 무대를 본 기억을 언급하며 “뭔가를 준비하고 꿈꾸는 성장기에 저희한테 가장 큰 발자국을 남긴 무대”라 말하기도 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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