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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미국을 구할까…월가서 흘러나오는 국채금리 안정론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미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일본을 비롯한 해외투자자들에게 매력이 높아졌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다우지수는 오르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은 하락했습니다. 상원을 통과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다우지수 종목에는 긍정적이었는데 이와 함께 나타난 국채금리 상승이 S&P와 나스닥에는 부담이 됐습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1.6%를 넘어 한때 1.615%까지 올랐는데요. 추가 부양책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논쟁이 커지고 있는데요. 이날 흥미로운 분석이 하나 나왔습니다. 증시를 주무른다는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매니지먼트 회장이 국채수익률은 안정될 것이며 계속 주식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말을 해 시장을 흔들었는데요. 월가에서도 그럴 듯한 얘기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새로운 분석이 나온 만큼 국채금리 전망을 한 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日, 美 국채 다시 매입 나설 것”


데이비드 테퍼의 전망은 수요공급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는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것이고 이것이 일본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테퍼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증시가 약세장으로 가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금리를 높여온 미 국채에 대한 매도는 끝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내 생각에 국채 수익률은 일시적으로 큰 움직임을 보였고 향후 몇 달 간 보다 안정적일 것”이라며 “이는 증시를 더 안전하게 만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일본에 매력적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0.5~0.6% 수준을 오르내리며 사상 최저치를 보였죠. 올 초만 해도 0.95%대로 1%를 밑돌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것인데요.

월가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데이비드 테퍼. /위키피디아


지금은 다릅니다. 올해 2%까지 간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지요. 이렇다 보니 큰 손인 일본이 움직일 것이라는 말입니다.

일본은 현재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인데요. 지난해 연말 기준 1조2,600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만도 보유물량을 40억 달러 줄였습니다. 이것이 다시 플러스로 갈 것이라는 게 테퍼의 생각인 겁니다. 그는 “수년 간 미 국채 순매도국이었던 일본이 미 국채수익률이 오르면서 다시 매입에 나설 수 있다”며 “잠재적인 매수세는 채권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채권 시장이 안정되면 증시는 다시 강세를 보이게 될 것입니다. 테퍼는 코로나19 부양책도 경기회복을 앞당겨 장기적으로 증시에는 호재라고 보고 있습니다.

에리언 “美 국채금리 모든 해외투자자에게 매력적”…달러도 강세


미국 국채 수익률이 매력적이라는 점은 수치에서 드러납니다. 10년 물 미 국채 금리가 1.6% 수준인데 반해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22%입니다. 일본 국채금리도 최근 올랐지만 미국의 오름세가 더 크죠.

독일과도 비교해보겠습니다. 현재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는 -0.273%가량됩니다. 1주 전에는 미국 국채와의 금리차이가 1.1%포인트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9%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됐습니다. 그만큼 미국에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죠.



세계 최대채권투자 회사인 핌코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은 이날 “테퍼 말이 맞다. 미 국채수익률은 꼭 일본뿐만이 아니라 해외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의 분석이 완전히 맞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를 시장의 자기조정으로 보는데요. 한쪽이 많이 오르니 자연스레 수요가 몰려 다시 국채가격이 오를(금리하락)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정치적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밀월 관계가 깊어지는 분위기다. 월가의 예상처럼 일본이 미국의 국채금리 문제를 풀 해결사가 될 수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경우 미국과 강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스가 총리를 해외 정상 가운데에서는 처음으로 백악관에 초청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강력한 대중 전선을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일본 정부는 전략적으로 미 국채를 더 사들일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물론 높은 수익률은 덤이죠.

여기에 또하나 봐둘 요인이 달러 강세입니다. 지난달 하순부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날 달러인덱스는 92를 넘었습니다. 달러인덱스는 6개 주요국 통화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데요. 수치가 높으면 달러강세라고 보면 됩니다. 달러가 계속 강세를 보이면 미국 채권투자시 환율측면에서 유리합니다. 다시 자국통화로 바꿀 때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에리언 고문은 “달러인덱스가 92를 넘은 건 채권시장의 자기조정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연준…최소 9월까지는 안 움직인다


물론 가장 큰 변수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인데요. 연준은 미 국채시장의 가장 큰 바이어입니다. 아무리 일본을 비롯한 해외 국가들이 미 국채를 사들여도 연준이 긴축정책을 시작하면 헛일이 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는 정책변화가 없을 것임을 수차례 시사했습니다. 그는 “최대고용 목표를 올해 달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거나 “기저효과에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지만 일시적이며 이 경우 우리는 인내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최종적으로 국채금리를 좌우하는 것은 연준이 될 것이다. 연준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올해는 별 것 없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물가가 크게 오르면 올해 금리나 자산매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공존합니다. 에리언 고문 역시 “불확실한 것은 연준이 어떻게 나오느냐다”라며 “미국은 경제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일년 내내 속도를 낼 것”이라고 진단했는데요.

데이비드 테퍼의 대답은 최소한 9월까지는 문제 없다는 겁니다. 그는 “시장이 급락하거나 금융시장에 유동성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나는 잠을 잘 거다. 9월에 깨워라”라고 했습니다. 이는 증시에 급변동이 생기면 모를까 9월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그가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시 앞쪽의 논의로 돌아가면 결국 증시가 당분간은 굳건할 것이라는 말인데요. 최근 기술주 하락으로 어려운 상황인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이날 “사람들이 국채금리의 상승속도에 겁을 먹은 것 같다. 경기회복에 가치주로의 자금이동도 (증시 조정에) 한몫하고 있다"며 “내가 보기에 지금의 황소장은 가치주와 경기순환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시장의 움직임,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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