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김형오 전 국회의당이 8일 회고록을 8일 출간했다. 황교안 전 대표가 이끄는 당 지도부의 세심한 전략이 부재했고 유력 정치인들마저 지역 선거에서 밀리면서 선거 판도가 기울어졌다고 분석했다.
김 전 의장은 저서 ‘총선 회고록’에서 “공천 과정보다 관리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공관위가 공천한 후보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인물을 공천해도 주목도가 떨어지면 선거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장은 “(당이)이른바 공천자 ‘띄우기’를 전혀 못 했다”며 “공관위가 못하면 당 또는 선거대책위가 해야 했다. 공관위와 당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과정에서 황교안 당시 대표의 역할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의장은 “공관위가 전권을 가질수록 당과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대를 가져야 했다”며 “계파를 초월한 공관위가 사실상 처음인데, 당 지도부의 지지가 시간이 흐를수록 흐려져 갔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상품을 만든 공관위와 상품을 파는 선대위 간 인수인계가 원만치 않았다”며 “황 대표는 (출마 지역구인) 종로에 발이 묶여 있었고, 김종인 당시 선대위원장은 뒤늦게 합류했지만 마케팅 파워를 발휘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무엇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선거에서 밀리자 총선 판이 크게 기울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 간판스타는 단연 나경원과 오세훈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패배했다”며 “정권의 집중포화와 무기력한 중앙당 대응에 속절없이 무너져버렸다. 스타들이 쓰러지는데 다른 후보들이 살아남는 건 기적을 바라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총선에서 험지 출마 문제로 갈등을 겪던 무소속 홍준표 의원을 설득하러 경남 밀양으로 향했던 일화도 공개했다. 김 전 의장은 “고향은 절대 안 된다. 그러면 (공천을) 배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홍 의원은 “목을 베기 위한 수순일지 몰라도 (찾아와줘) 기분은 좋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회고록을 통해 전했다. 김 전 의장은 “홍준표다운 인사였다”고 평가했다.
김 전 의장은 “(공관위원장은) 나의 70여 년 인생을 통틀어 가장 분주하고, 고통스럽고, 압박이 강했던 시기”라며 “물갈이에 희생한 분들께 한없이 죄송하고, 유능한 후보들이 아깝게 낙마한 데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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