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에서 40년간 자리를 지켜온 호프집 을지OB베어에 대한 법원의 두 번째 부동산 강제집행이 10일 시작됐다. 지난 11월 이후 네달만에 또다시 강제철거 위기에 놓여 경비 용역과 시민들 사이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을지OB베어와 노가리 골목의 상생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와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와 인근 상인들 40여명은 이날 강제집행이 이뤄진다는 소식을 듣고 오전 7시 30분께부터 가게 앞으로 모였다. 이들은 '대책없는 청계천 개발 서민상권 다 죽는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가게 입구를 지켜섰다.
이날 10시 10분께 철거 인력 100여명이 강제집행을 위해 가게를 둘러싸면서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 용역이 진입을 시도하자 고성이 터져나오고 몸싸움이 벌어지며 긴장이 고조됐다.
세입자 을지OB베어와 건물주 간 갈등은 2018년부터 이어졌다. 세입자 측은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건물주와 명도소송을 벌였지만 을지OB베어가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창업주 강효근 씨의 사위이자 사장인 최수영(66)씨는 현장에 나타난 건물주 대리인에게 "건물주 측에 우리 뜻을 전달하고 얘기할 수 있게 해달라. 그동안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협상을 원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을지OB베어 강제집행은 지난해 11월에도 시도됐으나 시민과 단골들의 저항에 부딪혀 무산됐다. 을지OB베어는 1980년 문을 열었으며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등록된 노포(老鋪)다. OB맥주의 전신인 동양맥주가 모집한 프랜차이즈의 1호점으로 시작했으며 딸 강호신(61)씨 부부가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가리 골목 전체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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