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다시 연 1.5%대 초중반으로 내려가면서 증시는 살아났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오는 5월까지 물가 상승률이 4%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왔다.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제한적으로 끝날지, 상당 기간 지속될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와 비트코인 투자로 이름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9일(현지 시간) 웹 세미나에서 “지난해 위기로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에 기저 효과가 있으며 이는 이달이나 다음 달, (아니면) 5월까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에 근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도 5월까지 CPI가 3.6%로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에서는 모든 가격이 오르고 있다. 올 들어 유가가 30%, 구리와 목재가 15% 이상 상승한 데 이어 경제활동 재개로 항공료와 대중교통·호텔·외식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여기에 추가 부양책으로 1조 9,000억 달러(약 2,169조 2,300억 원)가 시중에 풀린다. 당장 2월 CPI도 전년 대비 1.7% 안팎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크 잰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몇 달 안에 큰 숫자가 나올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웃돌 것이며 궁극적으로 2.5%나 3%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수치는 투자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3.2%로 예측했지만 이달 들어 6.5%로 두 배 높여 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측하지 못한 미국의 경제성장이 신흥국의 자금을 빨아들여 이들 국가가 휘청거릴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미국에 투자 자금이 쏠리면서 국채금리는 내려가고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다. 6개국 통화를 가중 평균한 달러인덱스는 한때 92.15까지 올랐다.
다만 물가가 반짝 상승하다 다시 안정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블레리나 우르치 바클레이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5월까지 보게 될 인플레이션의 열기가 계속될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쪽”이라고 강조했다. 미 경제 방송 CNBC도 “채권시장이 바라보는 향후 10년간 인플레이션 평균은 2.2%로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 안에 있다”고 해석했다.
거꾸로 미국 경제에는 중장기적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기술혁신으로 가격 인하가 연쇄적으로 나타나면서 전반적인 물가를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우드 대표는 “전기자동차 누적 생산 대수가 2배가 될 때마다 차 값의 핵심인 배터리 생산 비용이 28%씩 떨어진다”며 “전기차 가격은 앞으로 계속 하락해 2025년에 평균 1만 8,000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때 도요타의 캠리는 여전히 2만 5,000~2만 6,000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점쳤다. 전기차를 사례로 들었지만 많은 공산품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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