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사태와 관련해 “근본 대책 중 하나가 이해 충돌 방지를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국회의 신속한 입법을 주문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은 정부와 협의해서 공직 사회의 투기와 부패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종합적 입법을 서두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대선 전초전’ 격인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원내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국민 공감을 받을 수 있도록 발 빠르게 근본 대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모임은 당정청 협력을 위해 노력하는 원내대표단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LH발(發) 대형 악재를 진화하기 위해 청와대와 민주당이 머리를 맞대는 성격으로 바뀌었다. 지난 2일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폭로된 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이 야권에 밀리기 시작하자 위기를 감지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이날 LH 사태를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에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비리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을 표어로 삼은 문재인 정부에 크나큰 상처를 입혔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강력한 처벌은 물론 재발 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해결책으로 거론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금전·부동산 거래 등 직무와 관련해 직접 이익·불이익을 받는 직무 관련자가 자신이거나 가족 등인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기관장에게 즉시 신고하고 직무 회피를 신청하도록 의무화한 법안이다. 2013년 처음으로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관련 법안 5개가 계류 중이다. 문 대통령이 해당 법안을 콕 집어 언급한 만큼 민주당 전담 태스크포스(TF)에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투기 이익 몰수 및 부당이득의 최대 5배 범칙금 부과)’ 등과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LH 사태로 공정이 무너지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입법 주문이 실효성 없는 정치적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소(공정)를 잃었는데 외양간을 고친다(법안 개정)고 뿌리째 흔들린 불신을 다시 세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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