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박영선·오세훈·안철수 다자구도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앞서고, 여야 후보 간 양자대결에서는 안 후보가 오 후보를 앞선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야권 단일화에서 여론조사 문항이 더욱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를 오는 17일부터 실시하기로 합의한 만큼 남은 일주일 간 구체적인 여론조사 문항을 둘러싼 오세훈·안철수 두 후보의 기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택수 리얼미터(여론조사전문기관) 대표는 11일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회의에 참석해 “월요일 아시아경제가 윈즈코리아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인데 다자 후보에서 오세훈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처음으로 앞섰다”면서 “다만, 여전히 오차범위 내긴 하지만 양자대결과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약간 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오 후보의 상승세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하나는 컨벤션 효과다. 나경원·조은희·오신환 지지층이 오세훈으로 몰리면서 유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에서 최근 들어 안철수 후보보다 오세훈 후보 공세에 더 치중하고 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마찬가지다. 계속 디스하면 상대를 더 키워주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즉,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표가 오 후보로 쏠리면서 자연스레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반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무당층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무당파도 여전히 안철수 후보가 앞서는 상황”이라면서 “원래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안 후보 (지지율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의 무당층 흡수율이 높은 만큼 국민의힘 지지층의 표가 안 후보에게 몰릴 경우 양자대결에서 더 유리한 셈이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격차로 좁혀지면서 여론조사 문항이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됐다.
이 대표는 “질문지 보기에 당명을 포함하는지, 기호 2번을 넣는지 4번을 넣는지에 따라 각 당 입장이 달라지는데, 당명을 포함하지 않으면 안 후보가 유리하다”며 “여론조사 대상에 민주당 지지층을 포함해도 안 후보가 조금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두 후보의 가상대결 질문에서 “적합도를 물으면 오 후보, 경쟁력을 물으면 안 후보가 나온다”며 “뻔한 질문에 뻔한 답이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즉, 전통적인 보수 유권자가 보기엔 보수를 대변하기 적합한 후보가 오 후보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중도를 아우르는 안 후보가 낫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단일화 시기에 대해서는 “후보등록일(18일) 이전에 안 끝나고 길어질수록 안 후보에게 불리하다. 오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포털에서 뉴스 검색을 해봤는데 4일간 ‘오세훈’ 키워드가 2,520건, ‘안철수’ 키워드가 2,280건이다”라며 “사람들이 (서울시장 경쟁 구도를) 오세훈-박영선으로 보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안 후보는 이날 포럼을 마치고 나와 오 후보의 상승세에 대해 “여론조사에 따라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면서도 “지금 LH 공사 건으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해서 야권 후보들 모두 지지가 오르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작년 총선을 생각해보면 그때처럼 또 언제 분위기가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반전될지 모르는 것”이라며 “그런 경우에도 저는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오 후보 역시 “여론조사 결과는 추세를 보는 게 중요하지 숫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할 필요 없다"면서 “제 상승세를 반영하고 있더라도 그런 것에 연연해서 협상에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큰 틀에서 원칙에 따라 합의한 대로 꿋꿋하게 국민들이 염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문재인 정부 심판에 동의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향으로 단일화를 밀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야권 단일화 실무협상단은 두 번째 회의를 가졌다. 두 후보 측은 큰 틀에서 17~18일 동안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19일까지 합의 내용 발표하기로 큰 합의했다. 구체적인 여론조사 문항에 대해서는 오는 12일 오전에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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