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호금융권에서 토지 등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이 30조 원 넘게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의 부동산 규제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수도권·아파트에 집중된 사이 ‘꾼’들은 빈틈이 많은 상호금융과 땅을 노렸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북시흥농협 등에서 토지 감정가의 70%나 대출해 땅을 사들인 데서 보듯 상호금융은 투기의 우회 경로가 되고 있다.
지난 13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의 지난해 말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57조 5,000억 원으로 1년 사이 30조 7,000억 원 불어났다. 증가율은 13.5%로 확인 가능한 2017년 이후 가장 높았으며 지난해 전체 가계 부채 증가율(7.9%)도 크게 웃돌았다.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은 토지, 상가 건물, 기계 등 주택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담보대출이다. 상가 건물은 시중은행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까지 인정해준다. 이 때문에 굳이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부분이 토지담보대출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비주택담보대출 중 순수하게 농민이 농사를 짓기 위해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땅 투기에도 적지 않게 활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은 토지담보대출의 경우 물건이 은행 지점과 먼 거리에 있고 물건 감정 평가의 전문성도 떨어져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은 전체 대출에 대한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40% 이내로 관리해야 해 대출자 입장에서는 대출 가능한 금액도 적다. 반면 상호금융은 영업망이 전국에 촘촘하게 뿌리 내리고 있고 토지담보대출 역시 오랜 기간 취급해 감정 평가의 전문성도 있다. 특히 상호금융에서 토지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감정평가액의 70%까지 대출할 수 있고 LTV는 70%, DSR도 160%에 달해 최대한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땅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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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은 이달 발표하는 가계 부채 관리 방안에 비주택담보대출 규제 방안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 DSR을 조이면 일반 농민이 피해를 볼 수 있어 농민이 아닌 사람들의 땅 투기 목적의 대출을 차단하는 핀셋 규제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윤창현 의원은 “가계 부채와 대출 규제의 초점이 시중은행의 아파트 대출에 집중되던 사이 투기의 독버섯은 조합·저축은행 등 2금융권 자금을 활용한 토지를 대상으로 퍼져나갔다”며 “신종 투기 예방을 위해 금융 당국은 토지·상가 등에 대한 대출도 규제 감독 대상에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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