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양산 사저를 향한 야당의 의혹 제기를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비판했지만 논란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야당의 무분별한 공세에 반박한 것이라지만 이례적으로 수위 높은 문 대통령의 대응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의 정서와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페이스북에 뜬금없이 올린 글을 보면서,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깊게 파인 거대한 골짜기가 느껴진다”면서 지난 12일 문 대통령이 사저 매입의 적법성을 강조하며 올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게시글을 비판했다. 4·7 재·보궐선거가 가까워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농지 매입’을 고리로 한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는 지금 1,000평 조금 넘는 대통령 사저 내가 법대로 짓는데 왜 시비냐고 화를 낸다”면서 “지금 국민들은 LH공사가 벌인 광범위한 부동산 투기에 분노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지금 선거 앞두고 좀스럽게 퇴임 후 사저 이야기나 할 때가 아니다”라며 역공을 펼쳤다. 문 대통령이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라며 격분한 것을 비꼰 것이다.
야당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강도 높은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야당의 의혹 제기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자신의 아들인 문준용씨를 향한 의혹 제기 등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던 문 대통령이 사저 문제만큼은 야권의 주장대로 ‘투기용’이 아닌 ‘거주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일부 참모들은 직접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문 대통령의 의지는 완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옛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사저를 공격했던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두고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가 세운 궁전인 ‘아방궁’처럼 넓고 호화롭다고 몰아세운 바 있다. 지난 2011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문 대통령은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봉하마을을 방문하자 “절반은 사저고 절반은 경호동인데 ‘아방궁’이라고 한 것은 너무한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 예우에 신경을 써달라”고 항의했었다. 문 대통령은 SNS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사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라며 반문하며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