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이탈리아가 또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돌입하는 등 유럽에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봉쇄 완화에 나섰던 유럽 국가들이 다시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방역 조치 강화는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경제 회복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지 안사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12일(현지 시간) 주간 기준 확진자 수가 주민 10만 명당 250명 이상인 주를 자동으로 고위험 지역(레드존)으로 지정해 봉쇄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당장 15일부터 이탈리아 전체 19개 주 및 2개 자치 지역 가운데 10개 주와 1개 자치 지역이 레드존으로 묶이게 됐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민 수만 전체 인구(6,000만 명)의 절반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도 로마와 밀라노·토리노·나폴리·베네치아 등 주요 도시가 모두 봉쇄권에 포함됐다. 더 나아가 이탈리아 정부는 부활절이 낀 다음 달 3∼5일 연휴 때 이동 억제를 위해 전국 모든 지역을 레드존으로 두기로 했다.
레드존이 되면 건강·업무 등의 사유가 아닌 외출은 금지된다. 식당·술집을 포함한 모든 비필수 업소는 폐쇄되고 학교 수업도 원격으로 전환된다. 전면적 봉쇄에 준하는 조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집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13일 2만 6,031명으로 지난 1일 기록했던 1만 3,094명의 두 배에 이른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본격적인 확산으로 다른 유럽 국가도 비슷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의 하루 확진자 수는 13일 18만 1,707명으로 이달 1일(9만 6,879명)의 거의 2배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3~4월의 1차 확산, 같은 해 10~12월의 2차 확산에 이어 3차 확산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독일 정부는 3차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의 로타 빌러 소장은 "우리는 3차 확산세의 초입에 있다"면서 "신규 확진자가 다시 폭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오는 17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주재로 연방정부·주총리 회의를 열고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독일은 이달 들어 전면적인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있지만 다시 방역 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르켈 총리는 10일 "앞으로 6월까지 3∼4개월은 힘든 날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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