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90대 노부부가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기부해 화제다.
주인공은 삼성브러쉬 장성환(92) 회장과 안하옥(90) 부부. 이들은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소재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KAIST에 쾌척했다. 장 회장 부부의 KAIST 발전기금 약정식은 13일 오전 11시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렸다.
장 회장 부부가 기부한 부동산은 부지 580㎡,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빌딩이다.
황해도 남촌에서 7남매중 셋째로 태어난 장 회장은 18살에 월남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고학으로 대학원까지 졸업했다. 이후 무역업에 일찍이 뛰어들어 화장품 용기 제조 회사를 혼자 힘으로 일으킨 뒤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지금의 재산을 일궜다.
고학생으로 공부하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체감했던 장 회장은 “어느 정도 재산을 모으고 나니 우리 부부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오른팔이 되어주자고 자연스럽게 뜻을 모으게 됐다”며 장학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장 회장은 “기부에 대한 마음을 정한 뒤로 여러 기부처를 두고 고민했지만 국가 미래를 위한 투자가 가장 보람될 것이라는 생각에 KAIST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장 회장 부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KAIST에 350억원을 기부한 김병호·김삼열 부부다. 이웃사촌으로 교류해 온 김 회장 부부가 KAIST에 기부한 사연과 취지에 크게 공감한 것이다.
KAIST 발전재단 관계자는 “장 회장 부부는 지난 10여 년간 인재양성을 위해 김병호 회장 부부의 기부금을 활용하고 있는 KAIST의 면면을 지켜봐왔다”며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KAIST에 힘을 보태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결단을 내리셨다”고 부부의 기부 배경을 설명했다.
안 여사는 “부부의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어서 아주 즐겁고 행복하다”며 “우리 부부의 기부가 과학기술 발전에 보탬이 되어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기부 소감을 말했다.
장 회장은 “이광형 총장을 직접 만나 KAIST의 비전과 미래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KAIST가 세계 최고 대학으로 성장해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며 “열정적으로 KAIST를 이끌어 나갈 이 총장의 학교 경영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 회장 부부는 지난 2일 해당 부동산의 명의 이전 절차를 모두 마쳤다. KAIST는 부부의 뜻에 따라 우수 과학기술 인재양성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총장은 “평생 모은 재산을 흔쾌히 기부해주신 장 회장 부부의 결정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기부자의 기대를 학교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세계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윤 기자 h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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